평화는 비폭력적 갈등해결의 반복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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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비폭력적 갈등해결의 반복과정
  • 한북신문
  • 승인 2021.06.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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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문화공간 협동조합 이사장

 

평화통일을 말한다. 사람들의 반응에서 통일이라는 단어가 참 공허하다. 마치 국제정치가 우리의 삶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어서 쓸데없다 생각하지만, 면전에서 왜 그것을 전공하는가 질문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아마 우리의 삶과 직접 관련이 없다 느끼는 것이어서 다른 세상의 일인 것처럼 간주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인식은 ‘평화’보다는 ‘통일’에 방점이 있던 문화 속에 강제된 비민주적 교육의 서글픈 결과다.

평화는 전쟁과 다음 전쟁 사이의 간극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갈등의 극단적 발현이 전쟁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삶과 세상은 갈등과 평화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비단 전쟁이나 폭력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시스템을 확보한 상태다. 종국 평화를 위한 노력은 갈등해결의 기술을 습득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우리의 세상은 참 다양하다. 다양성의 존재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갈등 내포를 전제한다. 이런 전제하에 나와 상대의 존재와 존엄을 인정하고,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문화와 환경의 맥락 속에 존재하는 권리와 함께 이해하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형평까지 고려해 평화적인 언어로 감성적, 이성적 어프로치로 상호 양보해 낼 수 있는 협상을 도출해 실천한 결과가 평화다. 평화를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우리 일상에서 평화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거의 없을 정도다. 당장 내 가정의 평화를 위한 실천과 노력을 하지 못하면서 세계평화를 운운하는 것 또한 우스운 일이며 비겁한 소리다.

사회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 정치임을 감안할 때, 평화를 위한 사인간의 과정을 공적인 영역까지 포함하고 다음 세대까지 고려한 형평을 통찰한 것이 정치 행위이고, 영역을 더 확장해 포괄적 생명까지 나아가면 국제정치이고, 세계정치다. 그러나 대부분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당장 나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에 이를 공론화하고 사회구성원의 컨센서스를 이뤄내야 하는 지난한 시간을 통상 포함한다. 대단한 인내력과 통찰을 요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다.

비록 최고의 방안이지는 않더라도 이런 과정이 선의를 가진 대다수의 건강한 민중이 집단지성으로 민의를 이뤄가는 최선의 장치로서 민주주의 제도라는 시스템을 선택했다. 이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고민해 끊임없이 보완하고, 우리에게 최적화하도록 게임의 룰을 약속하고 공개하고 협의한다.

인간은 디지털 기기가 아니다. 비대면 시대, 4차산업혁명을 논하며 마치 우리 인간도 이에 편승해야 하는 디지털 존재로 착각하는 듯하다.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교체할 수 있지 않다. 문제에 대한 자각과 자발성을 갖춘 노력, 시간을 갖고 체득되는 훈련으로 변화한다.

나는 오늘도 정치행위를 한다. 어느 한 순간 우리 모두는 정치하지 않은 적 없다. 좋은 정치이냐, 나쁜 정치이냐 혹은 잘 하는가, 못 하는가, 이런 품평은 쇼윈도우를 보듯 정당인과 공무원에게만 할 것이 아니라 세대를 거친 장기적인 손익과 형평을 따지는 통찰, 선별의 안목을 갖춘 행위인지 엄정하게 스스로에게도 적용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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