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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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나무
  • 한북신문
  • 승인 2021.05.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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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중  숲해설가

 

왕건의 고려 건국에 많은 영향을 끼친 도선국사(827-898)는 백운산에서 좌선을 오랫동안하고 드디어 도를 깨우쳐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엉겁결에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다시 일어나려 하였으나 이번에는 아예 가지가 찢어져 버렸다. 엉덩방아를 찧은 국사는 방금 찢어진 나뭇가지에서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마침 갈증을 느낀 터라 목을 축이기 시작하였다.

신기하게도 이 물을 마시고 일어났더니 무릎이 쭉 펴지는 것이 아닌가. 국사는 이 나무의 이름을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명명했고 사람들은 그때부터 나무 이름을 바꾸어 부르기 시작, 나중에 변하여 고로쇠가 되었다 한다.

고로쇠나무의 가지나 줄기의 꼭지에 있는 겨울눈은 봄기운을 제일 먼저 감지하고 나무의 각 부분이 깊은 겨울잠에서 어서 깨어나라고 옥신(auxin)이라는 전령을 파견한다. 뿌리까지 내려온 전령은 필요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여 잎과 줄기로 보낼 것을 재촉한다. 뿌리의 세포들은 아직 채 녹지도 않은 땅 속에서 부랴부랴 물과 양분을 빨아들여 열심히 위로 올려 보내는 데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뽑아낸 것이 고로쇠 물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하여도 보기 흉하게 나무줄기에 V자 홈을 파서 수액을 받아냈으나 요즈음은 직경 2~3㎝의 구멍을 내어 채취한다. 시기는 3월초의 경칩전후 약 1주일 동안의 것이 가장 좋으며 위장병, 신경통, 허약체질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에 좋다면 잠자는 개구리까지 몽땅 먹어치우는 우리네 식성 때문에 고로쇠나무도 세상에 태어난 후 최대의 시달림을 받고 있다. 고로쇠 물을 빼앗긴 나무는 한창 자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차츰 기력이 떨어져 한 여름에도 짙푸르기보다 오히려 노르스름한 잎사귀를 내놓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에 산림청에서는 ‘허가 없이 고로쇠나무 수액을 채취하면 산림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린다’고 협박에 가까운 알림판을 붙여보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고로쇠는 전국에 분포하며 잎이 떨어지는 넓은 잎 큰 나무로서 깊은 산 속에서는 아름드리로도 자란다. 가지도 잎도 정확하게 마주난다. 잎은 모양이 독특한데 물갈퀴가 달린 오리나 개구리의 발처럼 5-7개로 크게 갈라지고, 개개의 발가락은 삼각형이다. 꽃은 암수 한나무로 5월에 연한 황록색으로 피우고, 열매는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서로 마주보며 달리는 것이 특징이고 단풍나무의 한 종류이다. 목재는 단단하고 질겨서 체육관바닥 마루판으로는 최고급재이며, 운동기구, 피아노의 엑션 부분을 만드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되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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