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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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
  • 한북신문
  • 승인 2021.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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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진보당 의정부시위원회 위원장

 

2020년 9월 2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 글을 통해 의정부시의 한 노인복지관 성추행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당시 많은 언론들은 이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다. 사건의 가해자가 지역사회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사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안희정, 오거돈 등 유명 정치인들의 추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져 오면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주목받는 기사가 된 듯싶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사건은 수사기관의 소임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고 수순에 따라 사건이 잘 해결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복지재단 주변과 시청 입구에서는 사건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 피켓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의정부시 U복지재단 대표이사 성추행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까지 구성되어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진보당의정부시위원회 역시 대책위에 함께하고 있다.

대책위가 구성된 시작은 이러했다. 복지재단과 전국활동지원사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앉았는데 사측 대표로 성추행 가해자인 B씨가 나와있더라는 거였다. 그래도 지역사회에서는 알아주는 인사로서 나름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사과도 했다고 했는데 아무일 없다는 듯 협상에 버젓이 나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황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노조 측에서는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와는 협상을 할 수 없으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고 복지재단 측은 이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못하게 행정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가해 당사자 역시 사직서는 몇 차례 제출했지만 이사회에서 반려하고 있어 직을 수행 중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이 있고서 해고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인사이동을 반복했고 기관의 중간관리자와 면담을 했지만 피해자를 보호해 주기보다는 역으로 협박을 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이토록 고통을 받고 힘들어 하는데 가해자와 그 무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위계에 의해 저지른 성폭력 사건을 단지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돈 없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다수의 서민들은 고통과 두려움을 무조건 참고 감내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세상은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며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사람 역시 사람이 아니다.

맹자(孟子)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라고 했다.

가해자는 하루 속히 복지재단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모든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지역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가해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복지재단의 많은 노동자들은 지금도 불안해 하고 있다. 경기도와 의정부시, 지역사회를 비롯해 중앙 행정기관까지도 이번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진심으로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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