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 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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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해 마무리
  • 한북신문
  • 승인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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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이제는 이름을 송년회(送年會)로 바꾸었지만 연말 즈음에는 으레 망년회(忘年會)라는 이름의 행사를 치른다. 직장 동료, 오래된 친구, 같은 고향 출신, 모교(母校)의 동창들처럼 삶의 같은 테두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정을 나누는 이 식사자리, 술자리는 각종 모임에서 걸러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의식이기도 하다.

한해가 저무는 때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 지나온 나날을 다듬어 결산하는 절차이겠고 이왕이면 벗들이 함께 모이는 일이 더 의미 있다 하겠으나 문제는 송년회가 늘 주체하지 못하는 술자리 난장판으로 이어지기 마련인 데다 이런 종류의 모임을 모임마다 준비하다 보니 너무 잦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12월 초부터 시작되는 송년회가 너무 많아 개인 별로 일정 잡기가 쉽지 않고 겹치는 일정에 따르다보면 어떤 모임에는 잠시 얼굴만 보여주고 가거나 때로는 부득이 거르고 빠져야 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결국 송년회의 의미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술자리, 밥자리 대신 공연을 관람한다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혹은 불우한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본 아키타현은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눈 고장(雪國)’하면 우선은 홋카이도를 치지만 아키타는 북해도와는 다른 깊은 산골이어서 그곳의 설경은 또 다른 정취를 갖고 있는데, 그 눈 고장 아키타(秋田)에는 그곳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한 해 마무리 행사가 있다.

‘나마하게’라고 불리는 이 고장 특유의 도깨비는 남자가 붉은 색, 여자가 푸른 색의 얼굴로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솟아있고 퉁방울 눈에 날카롭고 긴 위아래 송곳니를 입술 밖으로 드러낸 채 식칼과 빗자루를 들고 있는 기괴한 형상인데 이들은 섣달 그믐밤에 마을의 집집을 찾아와 일 년 동안 주민들 각자의 삶을 취조하고 따지며 벌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아키타 현 사람들은 이날 밤 음식과 술을 차려 나마하게를 맞을 준비를 하고 지난 한 해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변명할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된다. 실제로 이때가 되면 주민 중에 선발된 사람들이 나마하게로 분장하고 집을 순례하게 되는데 이제는 마을의 주민이 늘고 번잡해져서 주로 식당의 송년 이벤트 행사로 치러지며 이 나마하게를 보려 외지의 관광객이 때를 맞춰 아키타현을 찾고 있는 형편이다.

나마하게 두 명은 송년식사 중인 식당 문을 갑자기 함부로 열고 들어가 닥치는 대로 손님들을 붙잡고는 식칼과 빗자루를 휘두르며 “게으르지 않았느냐?” “일찍 일어나느냐?” 등 심문 투의 질문을 무섭고 과장된 목소리로 물어 대답을 강요하기 마련인데 그 대답을 들으며 모두들 웃고 즐기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머리맡에 선물을 놓는 분이 산타가 아닌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모두의 가슴 속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살아 있다. 우리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는 그 삭막하고 기계적인 세상을 살아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저무는 2020년, 어떠하였던지 이제 우리는 또 한 해를 보낸다. 모두들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고 나마하게가 찾아오는 의미 있는 송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혹했던 경자년(庚子年)이여! 그러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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