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와 정부의 의미
상태바
소득격차와 정부의 의미
  • 한북신문
  • 승인 2020.12.21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원기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가장 부유한 사람과 가장 가난한 사람간의 소득격차가 어느 정도일 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 간 격차 없이 사는 세상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이상향에 불과하다. 2천여 년 전에 플라톤은 이 문제에 꽤나 고심한 모양이었다. 그는 저서 ‘국가론’에서 노예를 제외한 자유민을 기준으로 가장 부유한 사람과 가장 가난한 사람의 소득격차가 4:1일 때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왜 4:1의 비율을 제시했는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장 팬(Jan Pen)이라는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는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딱 한 시간 동안 소득별 사람들의 가두행진을 가상으로 그려 보았다. 먼저 소득이 적은 사람은 작은 키로, 소득이 많은 사람은 큰 키로 구분하고 소득이 적은 사람부터 행진토록 하였다. 영국 국민 전원이 참가하는 소득별 가장행렬 선두에는 물구나무 선 사람이 등장하였다. 물구나무 선 사람이 등장한 것은 소득이 마이너스인 파산자이다. 다음에는 시간제 파트타임으로 겨우 연명하는 소인국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런 사람들이 약 5분 정도 행진한다. 이후 등장하는 사람들은 키가 1미터가 채 안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로 적은 금액의 연금생활을 하는 노인,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 재주는 있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화가 등이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1미터가 조금 넘는 청소부, 건물관리인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여기서는 lady first 원칙이 적용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행진하는 사람들의 키는 아주 완만하게 커진다. 기계를 돌리는 생산직도 나오고 중소기업 사무직 노동자들도 지나간다.

이 행진에서 평균소득을 가진 사람의 키는 1미터 70센티로 가정하였다. 그렇다면 평균소득을 버는 사람은 언제 나올까? 한 시간의 절반인 30분?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45분이 지나도 평균 신장을 가진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시간의 행렬 중 겨우 12분이 남았을 때 비로소 평균소득의 사람이 등장하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균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평균소득이 지나간 후부터는 급속도로 키의 변화가 일어난다. 하룻밤 새 콩나물 자라듯이 키가 쑥쑥 커진 사람들이 행진한다. 한 시간 중 마지막 6분을 남겨두고 키가 2미터가 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교장, 대기업 사원 등 상위 10% 내의 소득자들이다.

이후 키는 더욱 가파르게 커진다. 약간 성공한 변호사, 공기업 중간관리자 등이 나타나는데, 이들의 키는 5미터에 이른다. 마지막 1분을 남겨두고는 수입 좋은 의사, 대법원 판사, 대기업 이사 등이 나타나는데, 이들은 거의 20미터에 달하는 거인들이다. 이후로는 정말 거인들이 등장하는데, 영국 왕족인 필립공의 키는 60미터, 쉘(shell)사의 전무는 110미터, 유명 가수 톰 존스는 무려 1600미터의 키를 자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석유 왕 폴 게티가 등장하는데 그의 키는 구름을 뚫고 올라가 있어 아무도 그의 키를 짐작할 수 없었다. 이것은 우화적 설명이긴 하지만 사회내의 소득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상실과 격차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재난지원금 예산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누구에게 얼마를 주느냐의 문제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연일 시끌시끌하고 있다. 재난지원 대상과 금액을 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은 이유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은 다양할 수 있지만 크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은 대안을 찾으면 된다. 즉, 코로나로 인해 소득이 적어진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위로가 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 방법은 소득이 악화된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해결책은 단번에 나올 수 있다. 왜 그들의 아이디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온통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이 좌지우지 하려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정부는 힘든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