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정책과 케인즈 승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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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정책과 케인즈 승수효과
  • 한북신문
  • 승인 2020.10.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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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기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20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세계 경제 대공황에 즈음하여 새로운 이론을 설파하였다. 경제 대공황 타개를 위해서 정부는 재정지출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정지출의 증대는 시장에 유효수요를 창출시켜 대량실업을 줄이고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케인즈 이론은 1930년대 당시 자본주의 고질병인 불완전고용과 불황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이유로 그의 이론은 ‘불황의 경제학’이라고 평가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경기가 불황일 때는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것이 케인즈 이론이었다.

그의 이론은 1928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으로 말미암아 집중 조명을 받았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 대통령을 역임했던 루스벨트는 케인즈 이론을 공황 타개책으로 채택하였다. 정부 재정으로 테네시강유역개발(TVA) 등 여러 가지 사업을 내용으로 한 뉴딜정책을 시행하였다. 덕분에 경제 대공황은 서서히 타개되었고, 뉴딜정책은 나름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많은 유럽 국가들이 케인즈 이론을 수용하여 정부재정지출을 확대하였다.

케인즈 이론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승수효과’에 방점이 찍힌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업에 정부 재정이 지출되면 곱하기만큼의 국민소득 향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숫자로 나타나는 2배, 4배 식의 곱하기 배수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정부가 어떤 사업을 시행할 때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백억 달러를 공공사업에 투자한다면 사업에 종사하는 수십 만 명의 노동자, 사업장 주변의 음식점, 상품가게, 운송사업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주게 된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관련된 산업 분야는 소득을 얻게 되고, 이것이 다른 분야로 확산되어 전체적인 국민소득이 향상된다는 논리이다. 심지어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다시 지출하는 단순한 행위만 해도 국민소득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정부가 거두어들인 세금을 ‘예산’이라는 형태로 지출하는데 기인한다. 예산은 대부분 사업 시행을 전제로 편성하고 집행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과 연관된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결국 전체적인 국민소득증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케인즈 이론의 승수효과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많은 국가의 정부에서 심심찮게 뉴딜정책을 시도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형태의 뉴딜정책을 시도하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국판 그린뉴딜정책을 조만간 본격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타개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정책 내용은 비대면 산업 육성 등을 포함한 디지털 뉴딜과 저탄소 녹색산업 등을 포함한 그린뉴딜로 구성되어 있다. 7개 분야 25개 핵심 사업에 2025년까지 총 76조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나름 미래 산업 방향을 내다보고 설계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케인즈 이론에 기초한 정부재정지출은 후유증도 적지 않다. 일단 많은 양의 통화공급과 정부재정적자가 커지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다음으로 각종 자산 가격의 거품현상이 나타나고 물가 상승도 올 수 있다. 만약 거품 낀 자산 가격이 일시에 무너지고 인플레 현상마저 나타나면 재정지출 확대는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케인즈 이론에 반대하며 그와 쌍벽을 이루었던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확장적 통화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정부재정지출은 통화량 증가를 가져오고 이것은 인위적인 호황에 불과하며 결국 거품만을 양산한다고 비판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은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출보다는 고강도 인센티브를 제공한 펀드 등 다양한 유인책으로 민간자금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통화량으로 인해 아파트 등 자산가격 폭등이 심각한 지경이다. 따라서 뉴딜정책을 통해 최대한 민간자금을 흡수하고 자산가격 거품도 안정시키는 일석이조를 노려야 한다. 그것이 케인즈의 승수효과를 극대화하고 하이예크의 거품론을 최소화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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