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관계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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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관계의 정답
  • 한북신문
  • 승인 2020.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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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

 

우연히 ‘홍천 선마을’에 갔다가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낯이 익었지만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났다.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니 현재 개업을 하고 있는 정신과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는 자기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몇 명과 같이 1박 2일 워크샵을 왔다고 했다.

약간 뜸을 들이더니 나에게 갑자기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영문을 몰라서 왜 그러냐니까 내가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 때 자기는 인턴이었는데 산부인과를 돌 때 나와 같은 파트였다고 한다. 그 날은 자기 순서가 되어서 산부인과 수술 어시스트를 들어가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도저히 피를 못 보겠더란다. 그래서 정말로 힘들게 나에게 그런 사정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너무나 흔쾌히 그럼 내가 대신 수술 어시스트를 들어가 줄 테니 가서 쉬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로 자기한테는 너무나 큰 일 이었고 고마운 일이었다고 한다.

피가 싫어서 의사를 그만두어야 할까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고민이었다고 한다. 억지로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갔겠지만 수술 도중에 쓰러지거나 토하거나 그런 일들로 인해 상처받아서 인턴을 그만두어야 할 사정이었다고 한다. 결국 도저히 피를 볼 수 없어서 정신과를 택했고 내가 그렇게 배려해 준 덕분에 의사가 될 수 있었다고 자기의 인생에서는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의사가 탄생하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구나! 나는 기억도 못 하는 일을 기억하고 자기 인생에서 매우 큰 사건처럼 고마워하는 후배의사를 만나니 나도 참 감격스러웠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 일을 기억하고 이미 20년이 지나서 많이 늙고 변했을 텐데 한 눈에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 줄 정도로 그는 나에게 고마워하고 있었구나! 내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평생 고맙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평상심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도와주었구나! 내가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그 날 스쳐지나가는 인연처럼 후배 의사를 만나서 인사를 받고 헤어지는데 마음 한편이 뿌듯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앞으로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가지 행동이 어떤 사람의 인생에는 엄청난 도움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한 가지 행동이라도 따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살아가면서 따뜻한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도 잘 할 수 있고 남녀관계에서도 잘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면 따뜻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감동시키고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혹은 지금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면 먼저 감동을 줘라. 그것이 남녀관계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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