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먼저 보낸 노모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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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먼저 보낸 노모의 호소
  • 한북신문
  • 승인 2020.04.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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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2020년 3월27일은 제5회 서해수호의 날이자 천안함 폭침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따로 진행하던 연평도포격사건 희생자추모와 천안함 폭침사건 희생자 추모행사를 하나로 통합하여 진행하는 행사가 서해수호의 날 행사이다.

분향하려 나선 대통령 곁으로 백발이 성성한 한 할머니가 갑자기 다가섰다. 바로 10년 전 아들 민평기 상사를 조국에 바친 77세의 윤청자 여사였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 주세요.”

“여태까지 누구 소행이라고 진실로 확인된 적이 없대요.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주세요”

“지금 다른 사람들이 이게 어느 짓인지 모르겠다고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저기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저 가슴이 무너져요.”

정부는 국제적인 공조수사의 결과 천안함의 침몰이 명백한 북한의 도발임이 입증되었다고 발표했지만 그럼에도 침몰의 원인이 폭침이 아니라는 주장이 빈번히 제기되었었다.

10년 세월이 되도록 어쩌면 아들의 죽음이 순국이 아니고 사고사였다는 주장을 들으며 그 아들을 아직도 가슴에 묻고 견디는 어머니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으리라.

전사자를 맞으려 새벽에 텅 빈 공항으로 나가 운구 되는 순국장병의 관 앞에 거수경례하는 미국의 대통령, 전투 중에 전사한 외인부대 병사의 장례식에서 전사자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프랑스 대통령, 사정상 항공우송이 어려워진 전사자의 유골을 자진하여 고향까지 호송하겠다고 나선 오토바이 행렬을 지나는 모든 마을마다 길가에 서서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며 맞고 보내던 미국의 국민들.

우리는 순국 장병의 목숨을 바친 희생에 대해 어쩌면 최소한의 인간된 도리조차도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년 말 잠시 머문 뉴욕 팰리세이드, 그 작은 마을의 동사무소 앞에 1차,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월남전, 이라크전에 참가하여 순국한 팰리세이드 출신 순국장병들의 이름이 적힌 추모비가 서있었다. 그리고 아침마다 시민 누군가는 그 추모비 앞에 작은 꽃다발을 가져다 놓았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국방담당자, 보훈담당자, 그리고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그런 예를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적어도 아들을 조국에 바친 어머니의 입에서 “이게 어느 짓인지 모르겠다고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저기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저 가슴이 무너져요.” 이런 참담한 하소연이 나와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거 아닌가?

그것도 그 아들의 추모식장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 헌법과 영토와 주권의 수호 책임자인 바로 그 대통령을 향해서 하소연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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