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에서 얻을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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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서 얻을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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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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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맹자>를 경전의 지위에 올린 사람은 주희(朱熹)였다. 그는 성리학을 유학의 한 분야로 탁마(琢磨)하면서 기존의 오경, 즉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를 개편하여 오경을 시, 서경, 역경의 삼경으로 축소하고 새로이 사서, 즉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중시하여 이른 바 사서삼경 체제를 확립하게 된다.
수신과 치국의 필수 수행 항목이었던 <맹자>는 동시에 가장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경전이기도 하였다. 이 책에 함유된 성선(性善), 위민(爲民) 주옥(珠玉)같은 내용들이 더러는 위정자를 향한 날카롭고도 모진 고언, 이른바 혁명(革命)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다른 사람의 소와 양을 받아 기르는 일을 부탁받은 이가 있다고 하십시다. 그렇다면 필히 목장과 목초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목장과 목초를 구하려 했으나 얻지 못했다면, 이제 녀석들을 그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우두커니 서서 그것들이 죽는 꼴을 보아야 할까요?” <맹자 공손추장구 하, 4>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사직(社稷)[88]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다. 이 때문에 뭇 백성의 신임을 얻어야 천자(天子)가 되고, 천자의 신임을 얻어야 제후가 되며, 제후의 신임을 얻어야 대부(大夫)가 되는 것이다. 제후가 그 사직을 위태롭게 한다면, 곧 갈아치운다」 《맹자》〈진심장구 하, 14
신하 된 자로서 제 임금을 시해한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겠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을 해치는 자를 적()이라 하고, ()를 해치는 자를 잔()이라 하며, 잔적지인(殘賊之人)을 단지 그놈(一夫)!이라고들 하니, 무왕께서 그 라는 놈을 처형하셨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하였다는 말은 들어 본 바 없습니다.” 맹자》〈양혜왕장구 하, 8
조선의 임금들은 <조선 제1의 사대부>로서 하루에 세 번 <경연(經筵)>에 나아가 여러 신하들로부터 경전을 강독하는 학습을 반드시 진행하여야 했다.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이 모골이 송연한 독언에 가까운 경서를 배우며 자신의 정치를 향한 지적을 들어야 했던 그 경연이 실로 허약하고 모순에 가득찬 조선 왕조를 500년이나 유지시켜 준 비결이었다 하겠다.
한 장관의 임명 과정을 놓고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는 지금의 상황을 보며 조선의 경연,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강조되던 성현 맹자의 일갈에 귀 기울이던 조선의 절대권력자들의 경세가 새삼 귀중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 모두는 맹자에게 배워야 할 간절함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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