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가 사라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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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가 사라진 시대
  • 김종보
  • 승인 2016.09.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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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보 소설가

어느 마을에 잔칫집이 있었다. 잔치는 단연 푸짐한 음식이 제격이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상머리에 앉았지만 먹을 거라고는 별로 없었다. 가지 수가 많아도 신선로 불고기라면 더 말할 것이 없으나, 그 중 한 사람은 얼마나 굶주렸던지 자신도 모르게 갈비가 먹고 싶었다. 그런 몰골을 바라보던 동네 한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그러지 말고 오늘밤에 저 건너 대궐집에 몰래 들어가면 그 집주인이 어제 생일이었어. 아마 먹다 남은 갈비찜이 있을 것일세! 들키지 말고 조심해서 훔쳐 먹게나!”

과거 재미와 흥미로 하는 과일 서리쯤이야 모두가 이해하고 넘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염치가 아니라 으레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기에 닭 도둑질까지 눈 감아 주던 시절이었다.

요즘 이런 이야기 같은 현실이 이 시대에 벌어졌다. 얼마 전 포천시청의 한 공무원이 저지른 표절원고로 인해 한동안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양상군자가 대도로 가기 위해서는 좀도둑을 거치는 통과의례가 있지만, 관에서 일하는 국민의 심복이 시민의 지적재산을 도둑질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문제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포천시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단다.
전 시장이 흐려놓은 흙탕물에 감겨진 눈이 아직도 어두워진 것일까.

한 때 잘못된 시장으로 인해 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산적의 집단도 아니고 망각에 사로잡혀 보기 좋은 산수화 병풍을 훔쳐다 둘러치고 메치고 했으니 어찌 시민의 뭇매를 맞지 않으랴.

어느 학자가 피땀 흘려 써놓은 원고를 표절한 행위에 지방자치의 행정일변의 발전이 점점 퇴색되어가는 현실을 보고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적재산이 울타리가 없다하여 몰래 훔쳐다 쓴 파렴치한 범죄, 이 시대 포천의 또 다른 염치의 극치인가, 또 다른 부끄러움의 자화상인가.

아무리 고을 수령이 공석이라 해서 토끼 선생이 고을을 빛낼 수는 없다. 선비가 쉽게 출현하는 것도 이상한 일, 모든 것은 다 때가 되면 의인이 나타날 진대. 그때까지 포천 고을을 지켜주면서 제발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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