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장면, 그다음의 질문
강아라 ㈜강단스튜디오 대표이사
AI로 만든 장면에도 ‘그다음’이 있었다. 최근 드라마 작업에서 AI로 만든 영상을 실제 작품에 넣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장면마다 모습과 분위기를 일정하게 맞추고 다른 장면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다듬어야 했다.
장면을 골라 이어 붙이는 편집 담당자, 화면의 색과 밝기를 조정하는 담당자와도 손발을 맞춰야 했다. 만든 영상을 언제 넘기고 수정이 필요하면 어떤 순서로 다시 작업할지도 함께 정해야 했다. AI가 일을 도와주는 동안 사람들 사이에는 새로운 숙제가 생긴 셈이다.
업무를 통해 AI를 활용한 문화기술 사업을 추진하며 이런 질문이 쌓였다. 다른 제작 현장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을까. 각자 애써 찾은 방법을 나누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곳에서 반복되는 문제라면 함께 풀어볼 연구개발의 과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제1기 ‘문화기술 얼라이언스’ 영상·미디어 콘텐츠 분과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 반가운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설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이 함께 출범시킨 이 협력기구에서는 기업과 창작자, 학계·연구기관이 현장의 기술 수요를 발굴한다. 검토를 거친 수요는 중장기 투자전략과 2028년 신규 연구개발(R&D) 사업 기획에 활용될 예정이다.
사업을 하며 겪은 어려움을 정부에 제안하고 필요한 기술의 개발 방향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필자가 보탤 수 있는 것은 제작 과정에서 얻은 작은 경험들이다. 어떤 작업에서 무엇이 어려웠는지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전하려 한다. 매끄럽게 풀리지 않았던 과정도 누군가에게는 문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고민 가운데는 협업 기준을 정리하면 나아질 일도 있고 연구가 더 필요한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를 가려내는 일부터 현장과 연구자가 함께하면 좋겠다. 제작자는 기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연구자는 실제 사용 환경을 살필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처음부터 함께 생각할 수 있다는 데 이번 만남의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소통의 창구가 지역에도 있으면 어떨까. 지역 산업의 AI 전환을 이야기할 때 그곳에서 일하는 기업과 창작자의 어려움도 자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지역의 대학과 연구기관, 지자체가 함께 귀 기울이는 자리가 있다면 혼자 붙들고 있던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산업과 일하는 환경이 다른 만큼 필요한 기술을 찾는 대화도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정기적으로 만나 문제를 나누고, 제안이 어떻게 검토되고 활용되는지 다시 현장에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연구와 실증으로 이어지는 제안이 생기면 그 결과도 함께 써보고 의견을 보태면 된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며 생긴 질문이 다음 기술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서로의 질문을 듣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역의 AI 전환도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