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 옛 건물 철거 아닌 ‘기억·인권의 공간’으로 보존해야”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 지난 10월8일 두레방 옛 건물 보존·활용방안 토론회 개최 “과거의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상임대표 최경호)는 지난 10월8일 의정부문화역(이음) 모둠홀에서 ‘두레방 옛 건물의 보존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옛 고산성병진료소 건물을 철거와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침해 역사와 지역의 기억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게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전하는 공공적 공간으로 보존·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두레방이 20여 년 동안 활동해 온 옛 고산성병진료소 건물이 개발을 이유로 철거·이전 논의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 공간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되짚고 구체적인 보존과 활용 방안을 시민사회와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기지촌 여성 인권침해의 역사와 국가책임, 장소와 기억의 의미, 갈등기억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 향후 공공적 활용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기지촌여성인권연대 대표는 발제를 통해 미군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국가의 조직적인 관리와 통제가 한·미 양국의 안보와 외화획득이라는 국가적 목적 아래 이루어졌던 역사적 사실을 설명했다.
특히 2022년 대법원이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만큼 관련 시설과 장소를 보존하고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는 것은 현재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옛 고산성병진료소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보여주는 물리적 장소인 동시에 이후 두레방 활동을 통해 상담과 돌봄, 기록과 증언, 연대의 공간으로 변화해 온 장소라는 점도 제시됐다.
김현주 시각예술가·《빼뻘–마을은 미술관》 기획자는 “두레방이 단순한 단체 사무실이 아니라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지역의 역사를 시민과 연구자들에게 연결해 온 ‘살아 있는 박물관’의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옛 고산성병진료소의 의미는 건물 한 채에만 머물지 않는다. 빼뻘마을의 길과 집, 과거 미군을 상대로 했던 상점과 클럽, 미군기지의 담장과 출입문 그리고 오랜 세월 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기억이 서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향후 활용 역시 특정한 과거를 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바라보는 ‘살아 있는 기억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누구의 기억을 남길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됐다. 기지촌 여성들을 단순한 피해의 대상으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이자 역사와 기억의 주체로 인정해야 하며, 행정이 일방적으로 활용방안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와 주민,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가 단순히 의견을 한 차례 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과 기록의 방식, 운영 주체까지 처음부터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두레방 옛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국가폭력과 여성 인권침해의 현장을 보존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교육과 성찰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념관이나 관광시설을 넘어 전쟁과 군사주의, 국가의 통제, 여성 인권, 지역사회의 변화를 함께 배우는 공공의 배움터가 될 수 있다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는 이날 토론을 통해 두레방 옛 건물의 보존은 특정 단체나 일부 시민만의 요구가 아니라 의정부가 지역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관한 공공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의정부시는 향후 두레방 옛 건물의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피해 당사자, 지역주민, 전문가 등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논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건물의 물리적 보존 여부를 넘어 그곳에 축적된 역사와 기록을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들에게 어떻게 개방하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까지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경호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 상임대표는 “두레방 옛 건물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아픈 역사와 여성들의 삶, 국가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라며 “이 공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역사를 배우고 인권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되살리는 것이 의정부가 선택해야 할 미래”라고 밝혔다.
이어 “두레방 옛 건물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피해 당사자와 지역주민,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존·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는 앞으로도 두레방 옛 건물이 과거의 상처를 지우는 공간이 아니라 그 역사를 기억하고 치유하며 미래의 인권과 평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의정부시에 정책적 대안을 제안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