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공탁은 만능이 아니다
김후 변호사
선고를 며칠 앞두고 공탁서가 접수된다. 피해자는 모른다. 그런데 형은 줄어든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근거는 공탁법 제5조의2다.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몰라도 사건번호와 재판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만 적어 공탁할 수 있게 한 조항으로 2022년 12월부터 시행됐다.
나온 배경은 딱하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피해자의 연락처가 가려졌고 정말로 합의하고 싶은 피고인조차 상대를 찾지 못했다. 막힌 길을 열어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겼다. 피해자가 원한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돈이 선고 직전에 들어가고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한 줄이 붙었다.
기습공탁이라 부른다. 돈은 법원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형만 깎였다. 피해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감형의 근거가 되어 있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결국 손을 댔다. 2026년 7월1일부터 모든 범죄군의 피해 회복 양형인자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그날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다. 국가가 준 구조금을 피해자가 받았다는 사정도 피고인이 피해를 회복한 것으로 치지 않는다. 돈을 맡겼다는 사실 하나로 자동 할인해 주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그래도 양형기준은 권고에 그치고 문구가 빠져도 판단은 결국 법관의 몫이다. 정작 손봐야 할 곳은 절차 쪽이다.
선고를 코앞에 두고 들어온 공탁이라면 변론을 다시 열어 피해자에게 한 번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돈이 실제로 피해자 손에 갔는지 확인한 다음 양형에 반영하는 것이 맞다.
솔직히 변호인에게 편한 변화는 아니다. 이제는 사람을 찾아가 말로 풀어야 한다. 거절한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하는 것은 그 자체로 2차 가해이니 선은 지켜야 한다. 번거롭다. 다만 원래 진정한 사과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