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
황교선 의정부서울척병원 원장
“무릎 때문에 여행을 포기했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만 아프던 무릎이 어느 순간 장보기와 산책을 어렵게 만들고 심하면 밤잠까지 깨웁니다. 무릎 통증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아픈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활동과 인간관계, 삶의 반경까지 조금씩 줄이기 때문입니다.
중년 이후 발생하는 만성 무릎 통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퇴행성 관절염입니다. 초기에는 체중 조절과 운동치료, 약물치료 및 주사치료 등으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오래가지 않고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면 현재 치료 단계가 적절한지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자다가 통증으로 잠에서 깨거나, 조금만 걸어도 쉬어야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이 힘들다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다리가 눈에 띄게 휘거나 약과 주사의 효과가 점차 짧아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관절면을 정리하고 인공관절로 대체해 통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입니다. 하지만 엑스레이에서 관절염이 심하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통증의 정도와 지속 기간, 보행 능력, 다리 변형, 기존 치료의 효과와 환자가 원하는 활동 수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수술을 무조건 늦추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통증 때문에 걷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허벅지 근력과 전신 체력이 떨어지고 관절이 굳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수술 후 재활과 일상 복귀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빠르거나 늦은 수술이 아니라 환자에게 알맞은 시기를 찾는 것입니다.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환자의 다리 정렬과 관절 변형 정도, 인대의 균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장비의 이름이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관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수술과 재활을 시행하는 데 있습니다.
인공관절 수술 후 곧바로 젊었을 때의 무릎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과 재활이 필요하며 감염, 혈전, 관절 강직 등의 합병증 가능성도 설명받아야 합니다.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무릎 인공관절의 약 90%가 20년, 80% 이상이 25년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수술 상담을 받는다고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무릎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보존적 치료를 계속할지, 수술을 준비할지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닳은 것은 연골이지 삶이 아닙니다. 다시 걷고 싶은 길이 남아 있다면 자신의 무릎이 어느 단계인지 확인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