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해 시대, 농민의 내일은 안전한가

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학교 명예교수

2026-09-14     한북신문
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학교 명예교수

기후재해는 이제 농업의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영농상의 상시적인 위험이 됐다. 경기북부도 다르지 않다. 양주와 포천의 과수농가는 폭염과 강한 햇볕에 과실의 일소와 병해를 걱정하고, 채소농가는 집중호우 뒤 침수와 병해를 염려한다.

영농의 관점에서 보면 피해는 더욱 분명하다. 농민은 종자와 비료, 농약, 농기계, 전기료와 인건비 등을 먼저 지출한 뒤 수확물을 팔아 그 비용을 회수한다. 기후재해가 농민의 손익계산서를 흔드는 이유다. 따라서 농업재해 정책도 피해복구 중심에서 소득안정 중심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또한 최근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농지 전수조사 문제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 농지의 실제 소유와 이용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수도권 농지는 심층조사의 주요 대상이다.

그러나 농촌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농촌에는 고령으로 직접 농사짓기 어려워진 소유자가 이웃 농민에게 농지를 맡기거나, 서면계약 없이 오랫동안 경작해온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농지 거래가 위축되고, 일부 소유자가 조사를 우려해 임대농지를 회수하면서 실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경작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전수조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투기와 불법전용은 엄격히 막되, 성실하게 농사짓는 임차농과 고령농의 현실적인 임대차는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킨다면서 정작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을 농지에서 밀어내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정책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것이며, 실제 농업계에서도 이러한 임차농 보호와 임대차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경기북부 농촌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의정부는 도시화가 상당히 진행됐고, 양주·동두천·연천·포천 역시 개발 압력과 농촌 고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는 지역이다. 결국 농촌을 지킬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관리하고 경작해야 할 농지는 그대로 남는다.

청년농과 새로운 농업인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농촌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면서 정작 농지를 구하지 못하게 해서는 정착할 수 없다.

정부가 청년농의 농지 임차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지은행 비축농지와 선임대·후매도 사업을 확대하고 농지은행 장기임차와 정책자금, 초기 정착지원 등을 연계하고 있으나 정책자금 몇 년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재해 시대의 농업소득 안전망은 재해보험과 수입안정보험, 직불제뿐 아니라 정확한 농지관리, 고령농의 안정적인 은퇴,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이양, 청년농의 진입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

의정부에서 양주와 동두천, 포천을 지나 철원으로 이어지는 경기북부의 들녘이 오래도록 농민과 함께 살아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