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예산, 삭감보다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정이 어려운 의정부일수록 지역순환경제가 필요하다

2026-08-28     김기만 기자
김명철 前신우신협 이사장.

의정부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가 지난 8월26일 의정부사랑카드 확대를 위해 편성된 추경 8억19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는 현재 8%인 인센티브를 10%로 높이고 월 구매한도를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아직 예결위와 본회의 심의가 남아 있다.

의정부의 어려운 재정여건을 고려하면 예산의 효과를 꼼꼼하게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역화폐를 단순히 ‘얼마를 할인해 주는 사업’으로만 보고 삭감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질문을 바꿔야 한다. “투입된 돈을 의정부 안에서 한 번이라도 더 돌게 할 수 있는가?”

현재 의정부사랑카드는 가입자가 약 25만 명이고 사용 가능한 가맹점도 약 1만4000곳이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지역경제 결제망이 구축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인프라를 지역순환경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충남 부여군의 ‘굿뜨래페이’가 좋은 사례다. 부여군 공식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누적 유통액 5225억 원 가운데 가맹점 간 재사용 등을 통해 540억 원의 순환부가가치가 발생했다. 약 10.3%다. 이는 100억 원의 지역화폐가 사용됐을 때 약 10억 원이 지역 안에서 추가로 거래됐다는 의미다. GDP가 10%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돈이 지역에서 한 번 더 사용된 직접적인 거래회전 효과다.

재정이 어려운 도시에는 바로 이것이 중요하다. 시민이 지역화폐로 음식점에서 소비하고 음식점이 받은 돈으로 지역 식자재업체에서 구매하고 식자재업체가 다시 지역의 다른 사업자에게 지급한다면 하나의 소비가 여러 지역사업자의 매출로 이어진다.

전남 영암군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월출페이’를 통해 가맹점이 받은 지역화폐를 다른 가맹점에서 다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지역화폐를 공공조달 지역생산 사회적경제 지역금융 지역재투자와 연결하는 지역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의정부도 단순한 캐시백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화폐를 골목상권과 전통시장뿐 아니라 공공배달앱, 지역 식자재업체, 사회적경제기업, 공공조달, 복지·문화정책, 지역금융까지 연결해야 한다. 음식점과 식자재업체, 소매업체와 지역 공급업체를 연결하는 B2B 거래도 확대해야 한다.

성과평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 ‘얼마를 발행했는가’가 아니라 가맹점 간 재사용액은 얼마인지 재순환율은 몇 %인지 역외소비는 얼마나 줄었는지 지역기업 간 거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지역화폐 확대예산은 삭감할 것이 아니라 복원하되 집행부에 더 엄격한 성과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역화폐의 목적은 시민에게 몇 퍼센트를 돌려주는 데 있지 않다. 의정부에서 쓰인 돈이 의정부에서 한 번이라도 더 쓰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재정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화폐를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이 어려운 도시일수록 한 번 투입한 돈을 두 번 세 번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의정부사랑카드를 단순한 할인카드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돈줄을 연결하는 지역순환경제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환을 전제로 삭감된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