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초과
홍정덕 논설주간·양주문화원 양주학연구소장
정조 18년 12월 25일자 실록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상소문 하나가 실려있다.
“신이 이번 길에서 연안의 군과 여러 섬들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러한 곳에 반드시 고구마를 많이 심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흉년에 곡식이 없는 것을 목견하고는 구제할 방도가 없어 시험 삼아 고구마의 유무를 찾아보다가 그 사실을 갖추어 알았습니다. 고구마 종자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백성들이 다투어 심어서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경우가 왕왕 많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영과 읍의 가렴주구가 따라서 이르면서 사나운 관리가 문에 이르러 고함을 치며 수색을 하였습니다. 관에서 백 포기를 요구하고 아전은 한 이랑씩 다 거두어 가니 심은 자는 곤란을 당하고 아직 심지 않은 자는 서로 경계하여 부지런히 심고 가꾸는 것이 점점 처음만 못해지다가 이제는 희귀하게 되었습니다.”
경작이 용이하고 수확량이 많으며 맛도 좋은 고구마가 왜 농가에서 심어 가꾸지 않는지를 조사해 보니 고구마를 심으면 수확량보다 더 많은 양을 관아에서 세금으로 거두어 감으로 농민들이 이를 아예 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주에서 생산되는 밤이 양주의 특산품이라고 전해 들은 필자가 이를 문헌에서 확증하려 연구한 결과는 사실과 달랐다. 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각사등록 등 각종 자료 어디에도 밤이 양주의 특산으로 조정에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도 둥장하는 종지만큼 크고 달다고 하던 양주밤은 어찌 된 것일까? 함종밤, 평양밤 등과 품질을 겨루던 양주밤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재배량이 대폭 감소되면서 마침내 양주의 특산물이라는 명성조차 잃어버리고 마는데 그 이유도 역시 관의 지나친 수탈 때문이었다.
남해안 일대에서 고구마 대량 재배가 실패한 것도 조선 후기 양주의 밤농사가 황폐해진 것도 그 원인이 모두 관의 지나친 횡포, 즉 과중한 세금 징수였다.
정부는 2026년 세수 초과액이 최대 55조 원, 내년에는 최대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첨단산업과 청년 지원 등 미래 투자에 사용하여 장기적 국가 경쟁력을 키울지 국민 배당 등 현금성 복지로 분배해야 할지를 두고 논란과 고민 중이라고 한다.
IMF 등 국제기구는 경기 호황기에 초과 세수를 상시 지출로 전환하면 경기 하강 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일부는 채무 상환과 재정 버퍼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현재 우리 민생의 현장은 휘몰아치는 불경기에 이미 기진맥진하며 발전의 추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당국자들에게 조선시대에 이미 과중한 조세와 수탈로 고구마, 밤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은 채 후세가 누릴 재부를 파쇄했던 아픔 경험을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진심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