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기북부를 기회의 땅으로 바꾸자
남궁랑 경복대학교 명예교수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경기북부 5개 지자체 가운데 의정부시와 양주시는 여당이, 포천시·동두천시·연천군은 야당이 승리했다. 시장·군수뿐 아니라 시·군의원과 도의원도 상당수 새 인물로 바뀌었다.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이 이겼느냐보다 내 집 앞 도로와 교통이 나아지는지 청년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 농촌과 소상공인의 소득 기반이 살아나는지 어르신과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 등이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라 주민 생활의 현장이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책의 연속성이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사업을 무조건 중단한다면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 도로, 철도, 산업단지, 관광 개발, 도시재생, 농촌 기반 정비, 복지시설 확충은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들이다.
새 집행부는 전임 정책을 자신의 다음 기회를 위한 정치적 기준이 아니라 주민편의를 위한 행정적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주민 편익이 분명한가 예산 대비 효과가 있는가 지역의 장기 발전 방향과 맞는가를 따져봐야 하며 이 기준들이 부합한다면 정당과 관계없이 이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연속성이 곧 과거의 답습을 뜻해서는 안 된다. 경기북부에는 새로운 혁신 정책도 필요하다. 의정부는 경기북부 행정·의료·교육·문화의 중심도시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양주는 신도시 성장과 인구 증가에 맞추어 교통, 산업, 교육, 주거의 균형을 잡아야 하며 포천은 농업·관광·제조업을 연계해 지역경제의 실질 소득을 높여야 한다.
동두천은 미군공여지와 원도심 재생을 통해 안보도시 이미지를 넘어서는 새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연천은 농업, 생태, 역사·안보 관광을 결합해 작지만 강한 접경지역 경제를 설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다섯 지역이 따로 움직여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지만 주민 생활권은 연결되어 있다. 의정부와 양주는 교통·주거권이 맞닿아 있고 포천과 연천은 농업과 관광 자원을 공유한다.
동두천과 연천은 접경지역 정책과 군사시설 문제에서 공통 과제를 가진다. 철도와 도로, 산업벨트, 관광코스, 응급의료체계, 농산물 유통망은 하나의 생활권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단체장의 소속 정당이 다르다고 해서 협력이 멈춰지기 보다 오히려 더 제도화된 협의체가 필요하다. ‘경기북부5개 시·군 공동정책협의회’ 같은 상설 기구를 만들어 철도·도로·군사규제 완화·산업단지·농업유통·관광벨트 문제를 함께 수시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새 단체장들은 공약을 예산과 일정으로 바꾸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선거 때의 공약은 말로 제시되지만, 행정에서는 돈과 시간으로 검증된다. 즉시 추진할 사업, 재원 확보 후 추진할 사업, 중앙정부나 경기도와 협의가 필요한 사업을 구분해야 한다. 여기에 소요 예산, 재원 조달 방법, 추진 일정, 담당 부서를 붙여야 한다. 그래야 주민은 공약이 실현 가능한 약속인지 판단할 수 있고 의회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새로 선출된 시·군의원과 도의원은 단순히 집행부를 견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예산 낭비를 막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며, 주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새 의원들은 먼저 지역의 재정 상태, 계속사업, 민원 현안, 중장기 계획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감시 없는 집행은 위험하지만 대안 없는 비판도 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모적인 정쟁을 방지하고 철저한 ‘민생 중심’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완화, 교통망 연계 등은 5개 시·군이 각자도생해서는 결코 풀어낼 수 없는 메가 트렌드적 과제들이다. 새로 선출된 의원들은 소속 정당의 이익을 넘어, 경기북부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끈끈한 ‘초당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새로운 행정의 시간이 시작됐다. 경기북부는 더 이상 주변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연천이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하나의 생활권으로 협력할 때 경기북부는 규제와 소외의 땅에서 기회와 성장의 땅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