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역사회, ‘복지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임원선 교수·신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요즘 대학 교정을 거닐다 보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공기를 느낀다. 활기찬 학생들의 웃음소리 뒤편으로 ‘지역 소멸’과 ‘대학 위기’라는 무거운 단어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다.
지난 40여 년 우리 사회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동시에 지역 간 격차와 고령화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제 대학은 상아탑이라는 고고한 이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복지 상생’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대학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인적 자원, 즉 교수진의 전문성과 학생들의 젊은 에너지는 지역사회의 복지 갈증을 해소할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학과의 실습 교육을 지역 밀착형 프로젝트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실현하며 실무 역량을 키우고 지역사회는 전문적인 복지 서비스를 직접 제공받는 ‘윈-윈(Win-Win)’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최근 주목받는 ‘라이즈(RISE,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체계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고 대학이 협력하는 이 모델 속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복지 정책의 싱크탱크이자 실행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대학의 유휴 공간을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장으로 개방하거나 전문직 은퇴자들을 위한 제2의 인생 설계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대학은 이들이 가진 고도의 지식과 노하우를 지역사회로 환류시키는 ‘지식 전수형 일자리’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
대학이 운영하는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나 창업 보육 센터에서 시니어 전문가들이 청년 창업가들의 멘토가 되는 장면, 상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세대 간 지혜가 융합되는 이 과정이야말로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진정한 복지 상생의 모델이라 확신한다.
기술의 발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복지 현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온기’다.
대학은 최첨단 기술을 지역 복지 현장에 최적화하여 적용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대학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예산 지원으로 뒷받침하고 민간 기업은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야 한다. ‘민·관·학 협동 복지 거버넌스’가 구축될 때 대학은 비로소 지역사회와 운명을 함께하는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다.
사회복지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다.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지역 주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새로운 소명이자 복지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