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選擧)
홍정덕 논설주간·양주문화원 양주학연구소장
선거(選擧)는 ‘선발거용현능(選拔擧用賢能)’의 줄임말이니 ‘어질고 유능한 인재를 뽑아 등용한다’가 본래의 의미이다. 선거가 정치제도로 자리 잡은 가장 오래된 사례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였다.
아테네 시민들은 행정관. 감독관, 군사령관, 민회의 의원 등을 모두 시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하였다. 비록 참정권은 ‘군인으로 출전할 수 있는 만 20세 이상의 아테네 출생 남자’에게로 제한되어 있었어도 ‘시민’은 자신의 국가를 지도할 권력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였다. 이를 데모크라티아라 하였는데 이는 민중을 읨하는 데모스와 권력을 의미하는 크라토스가 합쳐진 말이었다.
이후 이 그리스의 민중 선거는 로마로 이어지면서 로마의 시민들 역시 집정관, 재판관, 호민관 등을 모두 선거로 뽑았다.
시저의 독재권 장악 이래 로마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들어가지만 형식적인 선거 절차는 지속되어 현재까지 추기경들의 직접 선거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BE)에 그 유흔을 남기고 있다.
선거가 다시 선출 권력의 법적 절차로 확정된 것은 영국의 왕권 제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영국의 귀족들은 국왕의 권력 특히 조세권을 제한하기 위해 귀족과 시민들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를 소집하였고 이로부터 귀족원과 평민원이라는 두 의회가 실질적인 국가권력으로 확립되면서 영국은 선거를 국가의 중요한 통치 수단으로 확립한다.
프랑스 역시 신분제 의회인 삼부회(Etats generaux)에서 대혁명이 유발되어 국민주권 국가로 확장되었고 이들 유럽의 선거제도는 미대륙에 이식되어 미국의 보편적 정치수단으로 확립되었다.
그러나 선거는 그리스에서 유래할 그 당시부터 이미 불평등선거로 출발하여 근대에 이르러서도 선거권이 남자로 제한되는 동시에 그 남자들도 일정한 교육 수준과 납세 실적이 선거권 규정에 일반적으로 적용되었다.
결국 모든 국민이 평등한 선거권을 가지고 1인 1표의 보통선거를 시행하게 되고 특히 여성들이 선거권을 가지기까지는 상당한 우여와 곡절을 거친 거센 투쟁의 과정이 필요하였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정한 임시헌법 제9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법률에 의하여 좌열 각항의 권리를 유(有)함’의 제3항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규정으로 보통 선거제도를 최초로 선언하였고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로 거듭 확정되어 지금에 이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거의 헙법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선거권은 실질적으로는 오랜 기간 왜곡되고 제한되어 왔다.
지도자들의 권력을 향한 지나친 집착은 부정선거와 제도 왜곡을 통해 거듭거듭 선거의 참 의미가 부정되었고 심지어는 다수당의 횡포로 헌법과 선거제도 자체가 여러 차례 변개 되기도 하였다.
그들은 이와 같은 부당한 왜곡을 ‘민의(民意)’라 강변하고 압박에 의한 강제 변개를 합법화하려 하였으나 그때마다 우리 민족은 힘을 합해 늘 다시 이를 본래의 민주 대의(大義)로 돌려놓으며 바로잡아 왔다.
이제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고 국민 모두 다 한 표씩 주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반드시 기억하자 선거의 본래 의미는 ‘어질고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여 등용하는 것’이라는 사실, 우리 손으로 우리의 정치와 행정을 담당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뽑은 그들의 손에 우리 사회, 우리 민족, 우리 국가의 진로가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그리스에서는 잘못된 설득을 수용하여 잘못된 판단을 저지르는 선거를 ‘바보들의 정치’라고 불렀고 이 바보들의 정치는 바로 민주주의를 해치는 독재자의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경험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