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김 후 변호사
지난 2월26일 법왜곡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관·검사·사법경찰이 고의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해 누군가에게 부당한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찬성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나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입법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법왜곡죄의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사법농단이 공론화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도록 관련 고위법관들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분명히 문제다. 판·검사가 고의로 법을 비틀어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만들어낼 때 이를 형사적으로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건 법치주의의 공백이기도 하다.
처벌 조항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사법기관 종사자들에게 일정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고 재판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상징적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사법 불신이 뿌리 깊은 사회에서 ‘법을 왜곡하면 처벌받는다’는 메시지 자체가 가지는 무게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것과 법이 실제로 작동하는 건 다른 문제다. 현직 부장검사는 이미 한 달에 수십 건을 처리하는 검사라면 그 수십 명에게서 법왜곡죄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려운 사건, 논란이 클 수 있는 사건에서 판사는 새로운 법리를 내세우는 대신 무난한 판결을 택하게 될 수 있다. 법이 두려워 판결을 못 하는 법관을 원하는 건 아닐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법왜곡죄로 기소된 판사를 결국 다른 판사가 재판한다. 사법농단 사건에서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법왜곡이라며 기소했더니 법왜곡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면 또다시 그 판결이 법왜곡이라는 고소가 이어진다.
비판론자들이 ‘쓸모없는 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사법부를 길들이려 만든 칼이 정작 사법부의 손에서만 다뤄진다. 법왜곡죄가 진짜 효과를 내려면 ‘누가 법왜곡을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그 답 없이 통과된 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