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산

김남용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2026-02-25     한북신문
김남용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나는 오래전부터 LP판을 수집하여 왔다. 옛날 LP판 중에서 1985년 발간된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좋아한다.

노래 가사 중 하이에나가 현실과 타협하며 꿈을 포기하는 나약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으며 표범은 외롭고 힘들지만 자신의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는 강한 의지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 덕분에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났으며 탄자니아 정부의 협조로 조용필의 대규모 공연이 추진되기도 했었다.

최근 정년퇴직을 앞두고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인 킬리만자로산 등정을 마음먹었다. 킬리만자로산은 케냐와 탄자지아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와힐러어로 ‘빛나는 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킬리만자로산은 탄자니아 북부에 위치한 해발 5895m의 아프리카 최고봉으로 킬리만자로산 정상에는 만년설과 빙하가 있는 ‘아프리카의 지붕’이다.

킬리만자로산을 등정하기 위해서는 일단 탄자니아로 출발해야 한다. 다행히 인천공항에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까지 노선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에디오피아 항공편을 이용하여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환승,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하였다. 다시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킬리만자로산을 등정하기 위해 모시라는 도시로 이동하여 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킬리만자로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 입구에 있는 마랑구게이트(MARANGU GATE)로 이동하여 입산수속을 밟고 본격적인 등산에 돌입하였다. 킬리만자로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고산병 적응을 위해 4박5일 동안 서서히 올라가야 한다. 랑구게이트를 출발하여 열대우림의 오솔길을 따라 첫 번째 산장인 만다라산장(2720m)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만다라 산장을 출발하여 호롬보산장(3720m)에 도착하여 고산병 적응을 위한 준비를 한다. 호롬보 산장에서 이틀을 지내면서 서서히 고산병에 대응능력을 높여간다. 호롬보산장을 떠나 지구상에서 제일 높은 산장인 키보산장(4720m)에 도착하여 킬리만자로산 등정을 위한 최종 준비에 들어간다.

드디어 한밤중 키보산장을 출발하여 컴컴한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 1000미터 이상을 약 5~6시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서서히 햇살이 떠오르고 길만스포인트(5681m)에 도착한다. 킬만스포인트까지 오르면 킬리만자로 등정을 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그러나 아프리카 최고 높이인 우후루피크(5895m)까지 가려면 다시 1시간30분 정도를 더 올라가야 한다. 밤새 추운날씨에 밤새 올라와서 거의 체력이 고갈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아프리카 최고봉에 오르겠다는 열망으로 우후루피크까지 올라간다. 드디어 우후루피크에 도달하면 벅찬 감희가 온몸을 감싼다. 킬로만자로산 정상에 서면 빙하와 만년설이 보인다.

킬리만자로산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킬리만자로산은 고산지대로 산소가 희박하여 서두르면 안된다. 현지인 가이드들은 “뽈레뽈레(천천히 천천히)”를 계속 외친다. 4박 5일 동안 ‘뽈레뽈레’로 올라가야 정산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인들이 서두루는 모습을 억누르기 위해 현지 가이들이 쉴새 없이 ‘뽈레뽈레’을 주문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습성이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하여 일부 한국인들은 정상 도전에 실패하고 만다.

처음에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에 반해 산에 올랐지만 등산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한국인의 습성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에서 변환점이 필요한 시기에 킬리만자로 등정은 나에게 큰 변화를 주었다. 지금까지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노래 가사에 나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보지 못했지만 킬리만자로산은 나에게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주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은 인생에 한번은 킬리만자로산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