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노사관계 지형을 바꾸다

김 후 법률사무소 후 대표변호사

2025-12-31     한북신문
김 후 법률사무소 후 대표변호사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가자들에게 법원이 47억 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했다. 시민들은 노란 월급 봉투에 성금을 담아 연대의 뜻을 전했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한 액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고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법안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2023년 11월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표결에서도 가결되지 못하면서 법안은 폐기됐다.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노란봉투법은 제1호 국정과제로 재추진됐고 2025년 8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의 핵심 내용을 보자. 가장 눈에 띄는 건 사용자 범위 확대다. 직접 고용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우한다면 사용자로 본다. 쉽게 말해 하청 노동자도 이제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된다. 노동쟁의 범위도 넓어진다.

구조조정이나 사업장 폐쇄처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 결정도 파업 사유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합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제동을 걸었다. 개인별 책임도 실제 참여 정도에 따라 따져야 한다.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거부당하면 법원에 교섭응낙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요청하거나 형사고소도 가능하다.

그동안 하청업체만 떠안던 책임을 이제 원청도 함께 져야 한다는 얘기다.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원청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노조 간, 노사 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노동계는 환영하지만 경영계는 반발한다. 노사관계 균형이 무너지고 기업 부담이 커지며 투자 환경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시행을 앞두고 노사 전문가 태스크포스를 꾸려 세부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십여 년 만에 결실을 맺은 이 법이 노동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