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화장장 문제
최경호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 위원장
경기북부에는 서울시 소유의 벽제화장장 외에 자체 화장장이 없다.
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등 약 35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생활하는 권역임에도 주민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타 지역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불편이나 감정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소유의 벽제화장장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경기북부 주민은 사실상 ‘외부 이용자’로 남아 있다. 장례 일정 지연, 장거리 이동, 비용 부담은 물론 서울시의 정책과 수용 여력에 종속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북부는 지난 70년간 미군기지 집중 배치, 군사보호구역과 과밀억제권역의 중첩, 개발 제한과 재산권 침해 등 국가안보 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해온 지역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역설적이다. 안보시설과 위험시설, 기피시설은 북부에 집중된 반면 화장장·종합병원·문화시설 등 생활 필수 공공시설은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 됐다.
이 구조는 이렇게 읽혀야 한다. ‘희생은 지역이 떠안고 존엄의 마지막 과정은 외부에 의존하게 만든 구조.’ 경기북부 주민들이 겪는 장례의 불편은 곧 존엄의 불평등이다. 이는 복지의 문제이며, 동시에 지역 차별의 상징적 사례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이 받아들여야 한다.
첫째,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 실패다. 권역 단위 공공 인프라 계획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둘째, ‘주민 반대 때문’이 아니라 국가와 광역정부의 책임 회피다. 조정·설득·보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셋째, 혐오시설 문제가 아니라 장례권과 존엄권의 문제다. 생애 말기 공공서비스의 평등성이 핵심이다.
넷째, 경기북부 차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미군기지, 교통, 의료 문제와 같은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해결을 위한 방향 즉 해법은 분명하다.
‘단일 화장장’ 논쟁에서 벗어나 경기북부 광역 공공장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화장시설뿐 아니라 봉안당, 자연장지, 장례문화공원을 결합한 공공 복지·추모 공간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수익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환원할 수 있는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최신 친환경 설비, 지하화 또는 완전 차폐 구조, 공원형 설계, 주민 우선 이용, 운영 수익의 지역 환원 등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밀실 결정이 아닌 주민 참여형 공론화를 통해 대안을 비교·검토하고, 시민참여단의 권고가 행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북부 화장장 문제는 시설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지역 주민의 삶과 죽음을 끝까지 책임질 의지가 있는가를 묻는 문제다.
“경기북부에는 아직 ‘사람이 태어나서 떠날 때까지 책임지는 국가’가 완성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분노의 언어가 아니라 해결의 언어, 공공의 언어로 풀어낼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