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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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이 낫다
  • 이상구
  • 승인 2012.06.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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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신흥대교수

빛은 필연적으로 어둠을 만들고 새 생명의 탄생은 성장기를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된다. 경기도 좋을 때(호황기 또는 상승기)가 있으면 나쁠 때(침체 또는 불황기)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밥이고 생명인 경제는 물가상승을 먹고 성장한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물가가 오르고, 역으로 물가가 올라야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7년 말부터 발생한 미국의 부동산발 금융위기와 이로써 야기된 세계경제의 추락은 또다시 경제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각인시켜 주었다.

이로 인해 2008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떨어지게 됐다. 물가하락은 곧 상품가격의 하락을 의미하고,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은 손해를 보면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을 줄이게 되고 투자도 줄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일자리 마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물가(상품가격)가 상승하면 기업은 같은 생산비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생산과 설비투자를 늘린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동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게 되면서 노동자의 소득 또한 증가한다.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물가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함과 동시에,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원자재 수요를 증가시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상승시키는 순환작용을 하게 된다.

경제학 이론에서 상품가격의 가장 중요한 원가 요소를 임금으로 설정할 정도이고 물가상승의 원인도 임금상승을 변수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물가상승은 곧 임금상승이 원인이다. 그러니 적어도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이 상승한 것이기 때문에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임금이 감소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인플레이션이 실질소득을 갉아먹지 않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경기가 좋다는 것을 나타내며 소득과 이자율도 경기 흐름에 따라 시차는 있을지언정 오르게 되어 있으니 알고 보면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가가 오를 때는 일자리가 늘고 소득도 증가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무엇을 하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시기에는 물가만 보면 좋지만 경기도 나빠지고 일자리도 사라지며 많은 사람이 실업자가 된다. 주가도 폭락하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은행의 예금 금리도 하락해 이자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이다.

그러니 덮어놓고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현상, 즉 인플레이션(Inflation)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이 좋은 현상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내 소득이 증가하도록 능력을 갖추고 노력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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