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과 문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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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문화전쟁
  • 홍정덕
  • 승인 2012.05.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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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위원

우리민족의 정서가 가장 잘 녹아 든 노래라면 단연 아리랑을 꼽는다
우선 《본조아리랑》 《신아리랑》을 비롯하여 《밀양아리랑》, 《강원도아리랑》,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긴아리랑》, 《별조아리랑》등 지방 별로 다양한 가사와 곡조를 지닌 아리랑이 존재하고 이들 아리랑을 계층과 직업을 망라하여 민중 전체가 즐겨 불렀다는 점에서 그렇다. 때로는 저항의 상징으로 때로는 흥겨움의 도구로 아리랑은 시공을 초월해 우리의 민족정서를 가꾸고 드러내는 도구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
아리랑이 가지는 민족적 상징성은 남북 체육 단일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남북의 국가(國歌)로 채용되었을 정도로 사상과 체제를 넘어선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근래에 중국이 이 아리랑을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록하려 한다는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가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유래한 <단오(端午)>를 한국이 도적질하여 우리의 고유문화로 등재하였다며 반한 여론이 비등하였고,. 이후 그들은 우리의 농악을 자신들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한편, 이어서 <아리랑>, <판소리>, <가야금>, <회혼례(回婚禮)>를 역시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수속을 밟고 있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우리 고유의 유산인 이들 무형문화들을 중국이 자기들의 문화라고 주장하며 이를 유네스코에 등재하여 국제적인 공인을 받으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중국은 모두 56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하나의 중화민족이고 그 중화민족을 이루는 소수민족 중에 <조선족>이 있는데 위에 열거한 문화들은 조선족의 고유문화이므로 자연히 중국의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의 햄버거 가게 주인 중에 한국인이 있으므로 햄버거가 한국의 고유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중국의 한족(漢族) 누구가 판소리를 할 줄 알고 위그르족 누구가 아리랑을 부르며, 티벹족 누구가 회혼례를 치르는가? 이들의 우리의 고유 문화유산을 자신들의 문화라고 우기는 것은 문화제국주의의 무례한 행패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우리에게도 있다. 과연 그것이 우리의 것이고 내 것이라고 주장할 만큼 당당하고 자신이 있는가?

우리가 <긴 아리랑>을 부를 줄 모르고 <가야금>도 연주할 줄 모르며, <판소리> 완창을 감상해 본적이 없다면, 은혼식, 금혼식 같은 서양 기념일은 챙기면서 우리식의 <회혼례>를 동네잔치로 치르지 않는다면 우리도 역시 고유의 아름다운 이 문화를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자격이 없고 또 오래 가지 않아 이들 문화들은 모두 소멸되어 버릴 것이다
중국과 ‘문화전쟁’을 치르는 것만이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방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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