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의 결정적 티핑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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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발전의 결정적 티핑 포인트는?
  • 허 훈
  • 승인 2012.05.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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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경기북부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수도권규제도 풀어도 주고, 군사시설도 대폭 줄여주거나, 아니면 국비를 많이 들여 발전시켜 달라고 한다. 즉 외부적 자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능사인가. 안으로부터 해야 할 일은 없는가? 경기북부를 발전시킬 티핑포인트는 무엇인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란 물을 넘치게 만드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더해지는 순간을 말한다. 하나의 지역이 발전을 위해 도약하는 순간도 이와 같다. 티핑이론은 2005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마스 쉘링교수가 제시한 것으로 ‘지극히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양극화로 이어질수 있다’는 논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역발전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미세한 차이가‘ 무엇일까? 어느 지역은 미세한 차이를 보여주고 이미 선순환의 고리에 오른 곳도 있고, 어느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예산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잘 되는 지역에 가면,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발견된다. 그것은 매우 정신적인 자원이다. 신뢰, 동네자치, 협동의 모습이 그것이다.

첫째는 신뢰의 분위기이다. 사회구성원들간에 서로 믿는 분위기이다. 예를 들어 누가 좋은 일을 하면 박수쳐주고 동참해주는 분위기이다. 서로 못 믿으면 그 사회의 사회적 거래비용은 늘어난다. 금방 내 집 앞을 깨끗이 쓸었는데, 금새 누가 쓰레기를 버리면 점차 쓸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시청이 환경미화원을 보내 치우는 비용이 늘어난다. 공무원 혹은 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할 때는 박수를 보내주고, 못할 때는 비판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도리이다. 하지만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욕만 먹으면 누가 힘이 나겠는가. 잘 되는 지역은 서로 믿는 분위기가 있다.

둘째는 동네자치의 모습이다.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광릉수목원에 가까운 수목원마을에서는 지난 5월19일에 숲속음악회가 있었다. 그곳에 사는 문화예술인들과 주민들의 힘으로 작년에도 10일간이나 숲속 문화마당이 펼쳐졌고, 올해는 수시로 문화행사를 펼쳐보이고 있다. 도가 또는 시가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마을만들기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협동의 모습이다. 주민과 자치단체와 협동하여 일을 처리하는 일이 늘고 있다. 남양주시의 희망케어 프로그램은 UN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수월한 케이스다. 복지대상자를 놓고 시청과 기업, 그리고 주민들이 협동하여 그를 보살핀다는 개념이다. 한 시에서 시작한 것이 경기도로 전국으로 세계로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국가가 기획하고 시청이 한 일이다. 예산을 받는 복지기관에서 한 일이다. 하바드 대학의 케네디교수는 공공서비스를 시민과 같이 제공하는 것을 제3의 길이라 하였다. 공공서비스를 시청이 제공하면 제1의길이고, 돈을 주고 해결하면 제3의 길이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지역사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 믿고 내가 먼저 하자는 지역도 생기고 있고, 시민들의 자발성을 기초로 한 공공서비스의 분담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이 동네자치의 수준에서는 성공을 거두는 곳도 늘어난다. 지역발전의 결정적 자원(티핑 포인트)는 신뢰, 자치, 협력인 것이다. 경기북부의 발전을 위해서 외부로 손을 벌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 사회의 신뢰, 자치, 협력은 얼마나 되는가를 따져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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