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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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수 화백
  • 김남용
  • 승인 2012.04.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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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용 신흥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3월 3일, 의정부시 호원동 백영수 화백 아틀리에에서 본인의 자서전격인 다큐 영화 시사회가 있었다. 아직 쌀쌀함이 남아있는 오후에 호원동 골목길 언덕 위, 낮고 성성하게 엮어진 하얀 철문을 열면 마당 안에 다섯 개의 가지가 인상적인 커다란 소나무가 눈길을 잡는다. 하얀 색깔의 집은 낮고, 소박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언제나 백영수 화백집을 방문할때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손님을 맞이하는 노부부의 아름다움 풍경이 연상된다. 흰페인트와 하얀 타일로 꾸며진 집안에 들어서면 “신발을 신고 들어오라”는 백 화백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린다.
‘부부가 가장 좋아한다’는 좁고 하얀방은 마치 성당안에 들어온 듯한 착각속에 빠지게 한다. 하얀방의 삼각형 높은 천장아래엔 아치형의 손바닥만한 창들이 조그맣게 뚫려있고, 키낮은 하얀 탁자와 자그마한 하얀의자가 소꿉놀이하듯 놓여졌다. 바닥엔 법정스님이 즐겨드시던 다기가 한 구석에 수줍은 듯이 놓여있고, 햇살이 만들어낸 창들의 조그만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백영수 화백은 김환기.유영국.장욱진.이중섭.이규상 등 국내 신사실파 그룹에 참여한 화가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생존해있는 화가이다. ‘새로운 사실화’를 그린다는 의미로 붙여진 신사실파 모임의 멤버의 막내였던 백영수 화백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전설’이다.

그는 1977년 프랑스로 떠나, 30년이라는 기간을 프랑스 파리에서 살면서도 지금의 의정부집을 남겨두었다. 대화도중에 갑자기 일어서 어디선가 찾아온 흑백사진엔 과거의 추억이 가득한 언덕위의 집이 담겨있다. 옛 나지막하고 오래된 집은 은발의 부부에게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아름다운 타임머신이다.

백영수 화백은 우리나라의 미술계의 거두요, 신사실파 화가 중 유일하게 생존하고 계신 분이다. 우리나라를 잠시 떠났어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의정부시에 자기 집을 남겨놓고, 먼 여행길에서 이제 의정부시에 안착을 한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그 지역 출신의 유명인사는 물론 자기 지역과 조금이라도 관련되는 유명인사들을 모시기에 급급하다. 이중섭 화백과 제주도는 잠깐이라는 인연을 가지고 미술전시관을 지어 지역을 선전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또한 이웃 양주시만 하더라도 신사실파 화가중의 하나이신 장욱진 미술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의정부시는 지금이라도 백영수 화백에 대해 배타적인 생각을 바꾸고, 이 시대에 마지막으로 남은 신사실파 화가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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