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적은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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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적은 망각
  • 허일회
  • 승인 2011.12.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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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회 전문위원.예비역준장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북한은 서해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으로 무고한 우리 장병과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파괴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는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포탄이 날아와 찢어진 건물 지붕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고, 마을 곳곳에는 포탄에 맞은 자리가 선명하다. 군 시설도 예외는 아니어서 곰보 투성이가 된 포상 등 몇 걸음만 옮겨도 포격도발의 흔적을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평도는 의연한 모습으로 우리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었다.
정부는 포격도발 이후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피해 복구와 주민 안정대책을 세우고 서해 5도 종합발전대책을 발표했다. 백령도, 연평도, 대·소청도 등 42곳에 서해 5도 주민 대피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국지 도발에 대비한 정부의 위기대응 태세를 정비했다.
흔히 연평도를 비롯한 서북 5도를 북한군 목에 들이댄 비수 같은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곳을 무력화시키려는 도발을 줄곧 감행해 왔다.
연평도 방공진지에서 보면 북한의 석도(席島)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불과 3㎞ 거리다. 지난해 연평도에 기습적인 포격도발을 감행했던 북방한계선(NLL) 너머 옹진반도 개머리진지는 채 15㎞도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10년 동안에만도 수상과 수중, 포격 등 다섯 번의 커다란 무력 충돌이 모두 이 지역에서 일어났다. 제1ㆍ2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그리고 연평도 포격도발이다. 저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도발을 자행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언론 보도에 나타난 안보실태를 보면 2008년 1794건이던 ‘인터넷 종북 게시물’이 2010년 8만 건으로 크게 늘었다. 해외 사이트·트위터·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까지 적극 활용해 남남·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많은 일이 사이버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엔 김정일 찬양 라디오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초등학생의 35%는 남한이 6·26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알고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공무원교육 훈련지침에 모든 공직자가 안보교육을 받도록 했다. 2006년 이후 없어졌던 민방위 대원에 대한 안보교육도 다시 하도록 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형 안보의식 행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들의 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보교육의 목적은 남북대결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안보의식은 청소년을 포함해 우리 국민 모두에게 필요하다.
최근 안보 상황은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등 비군사적 위협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처럼 사회적 재난에 대한 대비도 이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9·11테러 10주기를 맞아 미국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 열기가 대단했다. 워싱턴 DC와 뉴욕의 추모시설은 가족단위 추모객들로 북적였다. 시민·학술단체 행사가 다양했으며 학교마다 토론도 활발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불행을 겪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으려는 것이 바로 미국식 안보교육이다.
이스라엘 군사전략가 대니 로스차일드(Danny Rothschild)의 충고가 떠올랐다. 그는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직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국의 실수는 북한의 도발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이며, 더 큰 실수는 북한의 도발을 응징하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실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응징할 수 있는 군사력과 의지를 갖추지 못했다는 인식을 북한과 국민에 심어준 것이다.”
정부와 사회단체, 학교, 기업 등 국민 모두가 하나 돼 안보의식을 새롭게 다지고 국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국민의 행복과 함께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언제든 도발할 수 있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결집된 안보 의식과 함께 철저한 군사대비태세가 요구된다. ‘가장 무서운 적은 망각’이며 ‘실패한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연평도 포격도발 1년을 맞아 대한민국 온 국민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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