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한약 복용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여름에 보약을 복용하면 땀으로 약 성분이 빠져나가 효과가 없다는 속설이다. 하지만 이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복용하는 한약은 위장관을 거쳐 간에서 대사를 거친 후 혈관을 통해 몸에 고루 퍼져 약의 효능을 발휘한다. 그리고 한약의 대사 물질은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양약의 기전과 동일하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양약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데 한약 복용에 대해선 그런 잘못된 상식이 생겼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그런 논리라면 여름철 몸보신을 위해 복날에 먹는 삼계탕이나 보신탕도 땀을 흘리면 효능이 없어지니 먹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한의학 의서를 살펴보면 오히려 여름철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 ‘生脈散(생맥산)’과 ‘淸暑益氣湯(청서익기탕)’은 대표적으로 여름에 상용할 수 있는 처방이다. 특히 생맥산은 처방 해설을 보면 ‘令人氣力湧出(사람의 기력이 용출한다)’란 표현으로 그 효능을 서술하는데, 말 그대로 여름무더위로 지친 몸에 힘을 넘치게 하는 좋은 처방이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려 氣(기)와 津液(진액)이 부족해 몸이 나른하고 입맛이 없으며 갈증을 많이 느끼는 분들에게 권할 만한 훌륭한 처방이다. 혹시 무더위에 심신이 지친 분이 계신다면 근처의 한의원을 찾아 한약을 드시고 몸을 추스르고 활력 있게 일상에 복귀한다면 이 여름도 더욱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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