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차이나의 실현, 그리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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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차이나의 실현, 그리고 우리는?
  • 관리자
  • 승인 2011.02.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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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대학 교수 권영일

이번 설에는 가족과 함께 북경에서 설을 맞았다. 내심 동장군의 위세가 걱정 되었는데 북경 날씨는 서울 날씨와 비슷하였고, 여행을 하는 날부터 날씨가 풀려 그리 춥지 않은 날씨 속에서 북경을 돌아 볼 수 있었다. 북경은 60년 만의 가뭄을 맞아 화재위험에 꽤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섣달그믐 불꽃놀이를 규정된 장소 이외에는 금지한다는 붉은 현수막이 시내는 물론 주택가까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않고 설 이틀 전부터 폭죽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는데 만약 우리나라 같았으면 아마 시청이나 경찰서 민원실 전화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로 불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믐 전날 폭죽소리는 섣달그믐 날의 폭죽놀이에 비하면 매우 조용한 차분한 전주곡 정도였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요란하고 혼을 빼놓는 불꽃놀이와 무지막지한 소음을 들어 본적이 없다. 그믐 자정을 전후하여서는 거의 4-5시간 정도 폭죽을 쏘아대는데 북경시 전체가 불꽃놀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에서 불꽃놀이는 귀신을 쫓아내고 액운을 멀리하는 의식으로 행해지는 전통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본 중국의 불꽃놀이는 이제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고 세계 2번째의 경제규모를 갖는, G2의 힘을 포효하는 듯했다.

언론에서는 얼마 전부터 팍스차이나를 언급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매우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도약을 매우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았지만 10년도 안돼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상상 속의 종이 호랑이였으면 하는 기대를 내심 갖고 있었지만 중국은 현실 속의 많은 나라들을 떨게하는 실체적 호랑이로 변화된 것도 인정해야 될 사실이다.
오는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발표될 미래산업의 핵심은 7대 신성장 산업인데, 이 분야를 세계최고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어 중국과의 승부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생명공학분야의 중국기술은 상당부분 우리나라를 앞질렀거나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R&D 비용을 쏟아 붇고 있다. 이외에도 신에너지, 전기자동차, 신소재, 차세대 IT,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바이오, 교통이나 우주산업 분야의 첨단장비 등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여 중국의 찬란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대외여건의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 성장방식 변화에 따른 대외경제 정책변화와 산업정책의 향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활용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중국산업 및 기초 기술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 및 예측이 필요하며, 비교우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컨센서스와 전략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중국의 정책변화에 따른 영향, 특히 산업정책 변화에 따른 업종별 영향에 대한 분석 등도 시급할 것이다. 이를 통해 수세적으로 우리 산업을 보호하기 보다는 더욱 공세적인 전략을 구축하여 중국의 경제발전러시에 우리가 올라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고도성장에 편승하여 중국을 도와주면서 우리의 경제·기술적 발전도 구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작년 봄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백화점에 들렀다가 청바지 가격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필자가 한국 백화점에서 산 청바지와 유사한 제품이 30% 정도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그리고 첨단기술이라고 하는 생명공학분야의 전시회를 보고 단순히 저가, 모방, 짝퉁 만이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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