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연대책임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상태바
‘사회적 연대책임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 한북신문
  • 승인 2023.03.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최근 아동양육에 있어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는 것을 종종 들으면서 다소 거슬리는 마음이 있었다. 이 속담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라는 속담으로 한 아이가 어른으로 잘 성장하려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다.

그 의미는 잘 이해하는데 왜 마음이 가끔 불편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한 마을이 공동체로서 서로서로 상부상조하면서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보호해 왔는데 공동체 정신이 없는 것처럼 인용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어려운 사람을 서로 도와왔음을 보여주는 기록들이 다양하게 남아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흉작 등 자연재해로 어려움에 처하면 국가가 관곡을 풀어서 도움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 해서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 즉, 늙은 홀아비와 홀어미, 고아, 늙어서 의지할 데 없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었다. 또한 재해로 인하여 심한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게는 그 재해의 정도에 따라 조세를 감면해 주었다. 춘궁기에 백성에게 관곡을 대여해 주었으나 재해로 인해 흉작이 되어 상환이 곤란할 때에는 그 원금과 이자를 감면하여 주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자비사상을 기반으로 삼국시대의 제구빈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는데 흑창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중심문화를 기초로 하여 비황제도가 있었는데 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추수기에 갚게 하여 빈민에게 도움을 준 의창과 사창이 있었다. 곡물과 포목으로 물가조절을 수행하도록 한 상평창도 있었다. 구황제도로는 사궁에 대한 보호와 영유아의 보호 및 입양에 관한 법적인 체계성과 내용을 지닌 ‘자휼전칙’이라는 법령을 제정하였다. 구료제도로는 확인서, 혜민서 등 의료구제기관을 통해서 구료사업을 시행하였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유사 이래로 어려운 사람을 서로 돕는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전라북도 고창에 가면 고인돌박물관이 있고 수 톤에서 수십 톤 더 나아가 수백 톤에 이르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줄지어 있다. 이러한 거대한 돌을 분리해내고 이동시키고 목적에 맞게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어야 가능했을 것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도 집을 짓기 위해서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동원되어 함께 일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네 어귀에 있는 큰 돌을 소를 활용하여 밭으로 이동시키고 각자의 집에서 만든 새끼줄로 튼튼한 줄을 만들어 바위를 문어발처럼 칭칭 감아서 어르신의 구령에 맞추어 장정들이 밧줄을 당겼다 놓으면 그 밭이 단단하게 다져졌고 그 위에 주춧돌과 기둥을 놓은 다음 서까래를 올리고 황토로 벽을 바른 후 각자의 집에서 만든 이엉을 올려서 집을 짓곤 하였다.

이렇든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상부상조하는 일을 해왔고 한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부락민이 축하하며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교육과 훈육을 감당하며 보호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좋은 전통도 이해하면서 다른 나라의 교훈도 사용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을 다시 새기면서 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있다면 사회가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회로 더욱 발전해 나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