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논리로 4대 세습 정당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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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논리로 4대 세습 정당화하나?
  • 한북신문
  • 승인 2023.03.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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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북한이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대규모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집권한 이후 13번째의 열병식이었다.

그런데 이 열병식에서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의 등장이다. 북한 TV에서는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도착하셨다”면서 김주애를 리설주 보다 먼저 호명하고 강순남 국방상이 직접 안내를 담당했으며 열병식 대열의 선두에는 백마를 탄 김정은과 김주애가 있었다.

이는 김주애가 김정은을 이어 열병행렬을 이끈다는 상징적 의미로 차기 세습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세계 언론이 주목하였다.

또한 2월 14일에는 북한 우표 8종 중에서 5종에 김정은과 김주애의 사진이 들어간 우표 도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2월 17일 김정일 생일을 기념하는 체육대회에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와 정경택 총정치국장, 조용원 비서 등이 김정은 부녀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내각과 군부가 두 사람을 호위하듯 앉았다.

이처럼 북한이 적극적으로 ‘김주애 띄우기’에 나서고 있고, 그녀에 대해 우상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만 10세(2013년생)의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인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주애에 대해서 수령급에 준하는 ‘존귀하신 자제분’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열병식에서 북한 권력 서열 5위 안에 포함되는 최고위급 간부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김정은 다음가는 위상임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열병식 참가자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를 외쳤는데 와중에 북한 TV는 수시로 김주애를 비췄다. 이는 내심 ‘김주애 결사보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생각되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에서도 김정은이 김주애를 테이블의 정중앙에 앉히고 자신과 부인 리설주는 그 양옆에 앉아 군 고위 간부들을 병풍처럼 뒤에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군 간부들에게 앞으로 김주애를 잘 모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넷째, 지난 2월 1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이 ‘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에게 이름을 고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일성, 정일, 정은과 같은 이름을 가진 남성들에게 개명을 요구했던 과거 행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반박하는 부정적인 논리도 있다.

첫째, 북한이 핵과 ICBM 개발을 하면서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김주애를 활용한다는 해석이다. 둘째, 가부장적 전통이 있는 북한이 여아를 후계자로 삼기가 쉽지 않으며 김여정의 존재도 여전하기 때문에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 결속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셋째, 2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AF)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이 김주애의 모습을 보고 내 자식은 깡마르고 시커먼데 뽀얗고 달덩이 같은 김주애의 살찐 외모와 호화로운 차림새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 속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 핵에 대비하여 미국은 2월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하였고 3월에는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연습을 역대 최장으로 쌍룡 연합상륙훈련 등 20여 개의 연합야외기동연습을 하며, 정치적으로는 한·미·일이 어느 때보다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북한이 한미군사동태의 의도적 무시, 4대 세습의 후계체제 조기 안착,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내부 체제 결속 등의 전략적 차원에서 김주애를 띄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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