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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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북신문
  • 승인 2023.02.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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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홍정덕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병원과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못되고 또 아무리 여러 차례 들락거려도 결코 병원과는 친해질 수가 없게 마련이다.

하필 병근(病根)을 얻어 불가피하게 여러 날 병원에 머물게 되면 퇴원하기를 마치 군대 말년병사가 제대날짜 꼽듯 간절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병원 입원실에 있다 보면 병실 안에 거의 반드시 더 장기로 머무는 선배(?) 환자나 그 가족이 있게 마련인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오랜 경험을 통해 상당히 영험한 진단을 내리고는 한다.

물론 여러 차례 같은 병으로 치료와 진료, 입원을 거듭하다보니 자연스레 생기는 경험치의 지식이라 하겠다.

문제는 그들의 진단이나 충고가 담당 의사의 진단과 대치되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이빨을 뽑으라 하는 의사는 무조건 돈만 밝히는 저질이라느니, 허리에는 절대로 칼 대는 게 아니라느니, 그 정도면 걱정할 필요도 치료받을 필요도 없으니 그냥 집에 가라느니, 그 병에는 이 병원보다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훨씬 더 효능이 있다느니 하는 이제는 어쩌면 사회에 제법 회자되어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해 알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겠다.

같은 경우가 바로 법률에 관한 사례들이다. 교도소에 입감하게 되면 그 감방 안에 전과가 여럿 있는 선배들이 있게 마련인데 예컨대 전과가 5범이라 하면 그는 이미 수십 차례의 수사와 여러 차례의 재판과정을 통해 평범한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법률지식과 양형사례를 터득하고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그들은 신입 죄수가 들어오고 그 입감경위를 듣고 나면 바로 “그거 징역1년에 집행 유예야. 괜히 비싼 변호사 사지 말어!”, “빼도 박도 못하는 5년 실형이네. 그런데 그 사건 어디 어디 아무개 변호사 사면 2년으로 줄일 수 있어!” 따위의 사전 재판 감정을 하는 데 누군가의 전언에 따르면 거의 틀림이 없고 솔직히 그들의 진단과 충고가 웬만한 법률가 보다 훨씬 영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법 경험자들을 유래는 알 수 없지만 <만주변호사>라고 통칭한단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라는 수긍이 간다. 그들 자신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럴싸하달 뿐 어찌 그 진단이 법관의 판단 위에 있을 수 있을까? 사안의 전말과 법률의 규정, 사안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교훈을 모두 감안하여 사법적 판단의 책임자가 내리는 판결은 당연히 만주변호사의 주관적 진단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온통 나라와 사회가 야당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함몰되어 있다. 드러난 사안이 있고 그 사안에 관련한 자들이 수사를 받고 이제 재판에 회부되면 절차와 규정에 따른 법률적 판단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국민 된 모두는 그 누구라도 그 사법 체제 밖에 존재할 수 없으니 국민 모두는 조용히 그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판정이 나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문제는 이런 상식을 깨는 집단행동이다. 스스로 만주변호사가 되어 죄가 있니 없니를 목소리 높여 어지럽게 우길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마치 동네 대항 줄다리기 하듯 무조건 어울리고 합쳐 당기고 고함지르고 힘주는 이런 행태가 추운 날씨에 우리를 더욱 춥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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