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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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한북신문
  • 승인 2023.01.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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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1963년 8월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미국의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발코니에서 워싱턴 기념탑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명연설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유명한 연설을 한다.

엄연히 헌법이 있고 당연히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률들이 존재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의 강단에서는 차별 없는 형제사랑을 강조하는 설교가 예배 참석자들에게 베풀어졌지만 여전히 앨라바마,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루이지애나 같은 남부의 여러 주는 물론 심지어 뉴욕에서 조차 흑인들은 백인과 같은 공공화장실을 쓸 수 없고 같은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없던, 함께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고 백인 교회에서 예배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공원에서조차 백인전용이라고 표시된 벤치에는 앉을 수 없는 철벽과 같은 차별, 그것이 상식이고 규율이 된 경고한 전통 앞에 체념하고 있었던 시대였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옛 노예의 후손들과 옛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불의의 열기에, 억압의 열기에 신음하는 저 미시시피주 마저도 자유와 평등의 오아시스로 변할 것이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이 위대한 결단과 도전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이민 사회를 새로운 통합으로 묶는 위대한 분기점이 되었다.

20만이 넘는 인파는 이 연설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였고 4명의 백인목사를 포함한 10여명의 지도자들이 군중을 이끌고 케네디 대통령과 면담하기 위하여 백악관으로 향하는 행렬은 신앙으로 건국된 미국의 본질을 회복하는 위대한 전진이 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새해 들어 지난 1월17일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 공법 3단체는 최익봉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 총재를 비롯한 임원진의 안내를 받으며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 서울 현충원 특전사 묘역의 사병과 장교, 경찰 묘역을 두루 참배하였다.

이는 2022년 말 당시 계엄군이 5·18 단체를 먼저 찾아가 사죄한데 대한 보응차원에서 이루어졌고 다시 다음 달 초에는 특전사 동지회 임원들과 1980년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당사자들이 광주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5·18 단체의 안내를 받아 참배할 예정이라고 한다.

43년만의 이 불가능해보였던 화해의 움직임을 보며 일의 전후와 시비를 뛰어넘는 보다 승화된 민주화의 찬란한 아침을 느끼는 것은 그리고 결단을 내려준 이들 모두에게 감사하게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라 여겨진다.

특히 지난 1월11일 특전사동지회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들이 5·18 단체 사무실에 귤 20박스를 전달하자 이를 받아들인 황일봉 5·18 부상자회장은 “호국 영령과 5·18 민주 영령의 슬픔을 함께 풀어나가겠다”며 “용서와 화해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전했다는데 문득 그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연설하던 마틴 루터 킹의 그 간절함이 가슴깊이 전해져 왔다. 문득 2023년 새해 아침에 창가에 와서 우는 까치울음을 듣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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