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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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 한북신문
  • 승인 2022.1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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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여순반란사건 당시인 1948년 10월 21일 순천사범학교와 순천중학교 학생이었던 손동인과 손동신 형제는 좌익학생들에 의하여 총살되었다. 기독교신앙을 가진 우익 학생단체 소속이라는 이유였다. 10월27일에 진행된 아들들의 장례식에서 손 목사는 다음과 같이 기도한다.

나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들이 나오게 하셨으니 감사합니다. 이런 보배들을 하필 내게 맡겨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3남 3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두 아들 장자와 차자를 바치게 된 축복을 감사합니다.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다 하거늘 하물며 두 아들이 순교하게 됨을 감사합니다. 예수 믿다가 누워 죽는 것도 큰 복이거늘 전도하다 총살 순교 당함에 감사합니다. 미국 유학 준비하던 내 아들 미국 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갔으니 안심되어 감사합니다.

두 아들을 총살한 원수를 회개시켜 내 아들로 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두 아들의 순교로 말미암아 무수한 천국의 아들들이 생길 것이 믿어지니 감사합니다. 이 같은 역경 중에 진리와 하나님의 사랑을 찾은 기쁜 마음과 여유 있는 믿음을 주신 우리 주님께 감사합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 감사의 기도대로 그는 자신의 아들들을 총살한 범인 안재선의 목숨을 구하여 자기의 아들로 삼고 목회자로 만들었다.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믿음을 실천한 문자 그대로의 위대한 성직자였다. 그렇다고 그에게 인간적인 아픔이 없었을까? 아들의 원수를 아들 삼아 아들들과 먹던 밥상에서 밥을 먹을 때면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았다는 자신의 고백도 고백이지만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아들들의 유품을 만지며 통곡하시더라는 딸 손동희의 증언은 인간적인 고뇌가 그에게 얼마나 깊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성직자들이 자신과 정치적 결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의 비행기가 “떨어지라고” 공개적으로 저주한 일이 보도되어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성무를 수행하는 성직자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누가, 무엇이 그들의 마음 가득 그토록 모진 증오와 미움을 불어 넣었던 것일까? 만일 그 저주가 그대로 이루어졌다면 그들은 기뻐하며 자신들의 간절한 저주를 들어주신 하나님을 찬미했을까?

성경은 이렇게 가르친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태 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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