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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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무엇이 문제였나?
  • 한북신문
  • 승인 2022.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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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논설위원 조용만
논설위원 조용만

핼러윈(Halloween)은 매년 10월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All Saints’ Day) 전날 미국에서 다양한 복장과 분장을 하고 벌이는 축제인데 본래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인 ‘사윈(Samhain)‘에서 기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3년 동안 갇혀 있다가 거리두기 제한이 풀어진 후 10월29일 토요일 밤에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의 5미터도 안 되는 좁은 골목길로 뛰쳐나와 모인 인파가 10만이 넘었는데도 관계기관의 안전관리 부실로 157명의 인명이 희생된 참사가 나고 말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인원이 그곳에 몰렸고 대량인파 사고가 났을까?

첫째, 시대적 여건과 안전의식의 결여가 결합된 사고였다.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 특히 MZ세대들에게는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너무 적다 보니 평소 보지 못했던 핼러윈의 볼거리에 호기심과 충동심리로 인파 물결에 들어가 전후좌우로 떠밀리는 스릴을 경험해보고 싶은 심리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재미에만 치중하다가 “설마 넘어지고 죽겠어?”라는 안전의식의 결여와 코로나19와 같은 시대적 상황이 겹쳐서 발생한 사고로 생각된다.

둘째, 관계기관의 안전사고 방지에 대한 매뉴얼의 부재가 불러온 시스템의 문제였다. 100명 이상의 사망사고를 보면 대연각 호텔 화재(1971년 163명),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502명),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1995년 101명), 대구 지하철 화재(2003년 192명), 세월호 침몰(2014년 294명, 실종 10명) 등 재해사고가 있었다.

압사 사고로는 1960년 서울역 계단에서 귀성객들이 몰려 30여 명이 사망하였고 1965년에 광주전국체전 개막식 때 입장객이 좁은 문으로 몰려 12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이처럼 많은 대형사고도 있었고 1:29:300의 산업재해 관련 하인리히 법칙도 알고 있는 유능하다는 정치인, 정부, 지자체, 경찰은 왜 이를 막지 못했을까? 2006년에 소방재청이 만든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도, 2021년 3월에 만든 행안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도, 2005년부터 경찰이 내부적으로 운영했던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도 이태원 재난을 막지 못했다.

이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통제기준과 인구밀집 혼잡도에 대한 통제기준이 구체적으로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는 “경찰이 극도로 혼잡한 상황에서 경고나 피난 등 위해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경찰의 재량권을 인정하지만 책임성과 강제성이 애매모호하다.

영국 서퍽대 연구진은 1㎡당 6명이 모이면 위험하다는 밀집도 기준을 마련했고 일본은 2001년 효고현 아카시 불꽃놀이에서 11명의 압사사고를 교훈으로 107쪽의 혼잡사고 방지 매뉴얼과 DJ 폴리스를 만들어 통제하고 있다. 미국도 대형 행사시 압사 방지를 위해 연방재난 관리청이 2005년에 만든 ‘특수상황 비상계획’ 지침 즉 ①1㎡당 5명 이상 금지 ②일방통행 관리 의무화 ③주최자 없는 행사에는 지자체 책임 명시 등과 같이 구체적인 매뉴얼에 의해 통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매뉴얼이 형식적이고 구체적인 통제기준이 없다.

셋째, 고위층 관계자들의 근무태만에 의한 인재사고였다.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 상황관리관의 근무지 이탈, 서울 경찰청장의 관사가 아닌 자택의 휴식, 10분 거리를 차량에서 1시간 소모하고 지휘를 제대로 못한 용산 경찰서장, 임무를 맡은 지 3개월 밖에 안 된 경찰청장의 충북 제천지역 산행, 재난 책임관리 기관장인 용산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 등 지휘체제의 연결고리가 모두 고장 나 있었다.

경찰은 정치적 집회로 인한 피로 누적인지 79회의 압사 가능성 112 신고를 늑대소년으로 취급했고 경찰 기동대는 15건의 집회에 출동해서 인원이 부족했으며 지휘계통이 모두 근무태만이었다. 정치권은 사고처리 과정에서 특검, 국정감사, 내각 총사퇴 요구 등 출범 6개월째인 정부를 좀비로 만들기 위한 선동에만 이용하고 있다.

강남, 홍대 근처에도 유사한 골목이 많고 1호선 구로역 혼잡도 252%, 4호선 동작역과 5호선 군자역도 비슷한 수준인데 재발방지책 마련보다는 책임추궁과 정쟁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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