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모방망이
상태바
육모방망이
  • 한북신문
  • 승인 2022.11.1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서울 도성을 순찰하며 각종 치안을 돌보는 일을 <순라(巡邏)>라고 한다. 자료는 이 순라를 이렇게 설명한다.

순청(巡廳)의 정규 순라는 훈련도감·어영청·금위영·포도청의 각 청이 각각 8패(牌)로 나누어 도성을 구획하고 1패는 장교 1인에 군졸 6∼12인씩이 한 조가 되어 종일 순행하였고 훈련도감은 초경부터 남영(南營)·광지영(廣知營)의 초관(哨官) 1인이 입직군병 20인을 인솔하고 각각 2회씩 순행하며 어영청은 4경부터, 금위영은 2경부터 순행하였다. 또한 각 청에는 별순라(別巡邏)가 있어서 1장 5졸로 구성해 초경부터 날이 밝기까지 순행하였다.

즉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성의 담당 구역을 담당 시간에 철저히 순찰하며 도둑이나 범법자는 물론 심지어 인정(人定)부터 파루(罷漏)까지 통행금지를 위반하는 자를 엄격히 취체하여 야간통행 위반자를 적발하면 부근의 경수소에 구금했다가 다음날 군영에서 곤형으로 처벌하였다. 이 순라꾼들이 소지한 취체도구가 바로 육모방망이이다. 박달나무로 깎은 이 곤봉은 위력이 대단하여 범법자들을 제압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이었다고 하며 이들 앞에 저항은 물론 때로 억울하고 급한 사정이 있다하여도 절대 통하지 않는 엄격한 권위를 유지하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공무집행방해 사건 7001건 중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사건(5825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83.2%로 나타났다.

또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5년(2016 ~2020년) 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는 한 해 평균 1만 2488명이다. 이 중 약 60%가 주취자다.

폭행을 당한 40대 D경위는 “(주취자한테) 정강이를 맞은 것은 크게 문제될 일이 없었고, (주취자가) 이로 (저를) 문 것은 다행히도 깊이가 깊지 않아 제 돈으로 치료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아무 대항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게 창피하고, 제 자신이 한없이 낮아지는 생각이 들어 며칠 동안 업무 끝나고 술을 마시며 잊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우리는 가끔 미국의 경찰이 시민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심한 공권력을 사용하여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보지만 대부분의 재판과정에서 상대방이 공무집행을 방해하거나 지시에 불응한 사실이 확인되면 무죄 아니면 최소한의 경벌로 처벌되는 일들을 보게 된다.

공무집행자의 권위가 치안확보와 범죄예방의 핵심 요건임을 견지하여 허용되고 보장되는 권력이다. 물론 시민을 향한 사적이고 지나치며 의미 없는 폭력까지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작금에 우리사회에 나타나는 각종의 공공연한 공권력 무시행태는 이미 도를 훨씬 넘고 있다.

대통령은 77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곳곳의 법질서를 바로 세울 때 비로소 국민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훈시하였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라는 따위의 우습지도 않은 묵시적 관행이 더 이상 정당화되어서는 안 되고 육모방망이 역시 더 이상 경찰박물관에나 전시되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