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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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 한북신문
  • 승인 2022.10.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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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용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올해 1월1일부터 8월10일까지 무역적자가 229억 30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44억 100만 달러 흑자를 낸 것에 비해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렇게 전례 없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이 에너지 수입 증가폭이 커진 것과 아울러 반도체 부문의 수출 부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작년 수출액은 6,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수출액은 1152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중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국가별 수출 비중은 중국이 약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의 대 중국 수출 감소가 무역적자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세계는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 전략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수출 감소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금지에 이어 14나노미터(nm) 이하 장비 공급을 막는 법안을 추진하였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계속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본질은 제4차산업혁명 시대의 차세대 기술 전쟁이며, 그 중심에 바로 반도체가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가 반도체 생산 인프라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구도에서 미국이 기술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군사 및 안보 분야에서는 쿼드(Quad,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와 오커스(AUKUS, 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로 한미일 3각 협력을 추구하는 동시에 경제 및 통산 분야에서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Indian-Pacific Economic Framework)로 동맹국들을 결속시키고, 기술분야에서는 칩(Chip)4반도체 동맹까지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산업에서 고립시키려면 우리나라와 대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칩4동맹 구축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의 완결판이다. 칩4동맹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을 의미하며 ‘4’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의 4개 동맹국을 뜻한다. 즉, 4개 동맹국 간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의미하며,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다. 즉, 미국은 반도체 설계를 맡고,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제조 및 생산, 그리고 일본은 반도체 소재 및 장비를 공급하는 국가 간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칩4동맹 참여를 놓고 고민에 빠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칩4동맹에 가입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한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만약 한국이 칩4동맹에 가입할 경우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지만, 미가입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정부에 대해 칩4동맹 참여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한국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원천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생산 장비를 수급 받지 못하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칩4동맹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대만의 결속으로 미국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이 대만의 TSMC 회사 등으로 발주되면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위험에 빠질 것이다. 당연히 한국은 칩4동맹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는 중국의 압박 및 보복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대만은 한국보다 GDP가 낮지만, 반도체 대기업 수는 한국의 2.3배에 달한다. 대만의 반도체 성공비결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산업정책을 펼친 데 있다. 대만정부는 올해 초 극심한 가뭄을 기록했을 때 대만정부가 반도체 공장 인근 농민들을 직접 설득해 농업용수를 반도체 업체인 TSMC에 우선 공급하였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등거리 외교와 동시에 반도체 인력 집중 양성과 과감한 R&D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반도체 투자에 대한 강력한 세제 및 금융지원 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보호와 육성을 위해 ‘반도체특별법’이 지난 8월 4일 발의되었지만, 여야 정치권의 정쟁과 위기 불감증 탓에 뒷전으로 밀려있다. 또한 반도체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도권 반도체 학과 정원 증설도 요원하기만 하다. 전 세계가 반도체를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치권은 서로를 비난하며 싸움질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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