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얻은 자
상태바
정권을 얻은 자
  • 한북신문
  • 승인 2022.10.07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정덕 논설주간 ·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교수

숙종 5년 6월13일, 판부사 허목이 영의정 허적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린다.

“영의정 허적은 선왕께서 부탁한 신하요. 주상께서 친신하는 신하로 마치 제환공의 관중과 같은 신하로서 임무가 크고 책임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위엄과 권세가 드세지자 척리와 결탁하여 형세를 만들고 환관과 귀근을 밀객으로 삼아서 임금의 동정을 엿보아 영합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의 직책이란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모든 정사를 다스리는 것이니 어찌 제 몸을 귀하게 하고 제 집을 부유하게 하고 제 세도를 키워서 제 의욕만 만족시킬 따름이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잘 살피소서”

허목(許穆)과 허적(許積)은 같은 양천 허씨 일문으로 12촌 동항(同行)이었고 같은 남인(南人) 당색으로 송시열과 대립하며 치열한 예송(禮訟) 논쟁을 벌여 마침내 1664년 서인을 몰아내고 집권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허적(許積)이 평소 유지해 온 송시열과의 친분 때문에 그의 처벌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데다 허적의 조부 허잠(許潛)이 시호(諡號)를 받은 일로 잔치를 열었을 때 자신의 위세를 이용하여 절차와 허락을 무시한 채 궁중의 천막을 함부로 가져다 사적으로 사용하자 허목이 이처럼 준엄한 탄핵 상소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고금(古今)과 지역의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은 자가 가장 경계하고 조심할 일은 교만과 아집에 빠져 질서와 규칙을 무시하며 방자히 행하는 것이니 이는 결국 스스로를 파탄에 빠뜨릴 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와 민중에게도 역시 엄청난 폐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는 무수한 역사적 사례가 있고 이 때문에 역사를 ‘거울’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 정권 담당자들이 연루된 이러저러한 시비(是非)가 일고 있다. 정치보복이라는 반발도, 범죄수사라는 여야 각자의 주장도 모두 일리는 있으나 이에 앞서 명심할 일은 정권 담당자가 마땅히 가져야하는 공정과 원칙이니 이를 어기면 당연히 시비에 휘말리게 되기 때문이다. 권력자라면 당연히 견뎌내야 할 천근같은 무게이며 확립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 가치이다.

결국 허적은 그의 아들 허견(許堅)이 역모에 휘말리며 자신도 또한 죽음을 당하게 되고 허견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던 허목 역시 동족, 동항이라는 이유로 관직이 추탈되고 만다.

권력을 무상하다 하지 말라. 권력은 바르게 사용되어야만 하는 양날의 날카로운 칼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