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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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 중독
  • 한북신문
  • 승인 2022.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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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훈 의정부카네이션요양병원장·비뇨기과 전문의

 

사람들은 기준치보다 많은 소금을 먹는다. 나트륨은 세포 간 신호 전달, 영양소와 산소의 운반, 근육의 수축/이완, 면역기능에 작용한다. 문제는 과한 경우다. 과도한 염분 섭취는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들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일일 5그램 이하의 소금을 먹는다면 고혈압, 만성 신질환 등을 예방해 매년 250만 명의 사망을 막을 것이다.

나트륨이 많은 대표적인 음식은 라면이다. 라면 중 맛이 변했다고 소비자의 항의를 받은 제품이 있는데, 원재료의 변화와 함께 나트륨 감소가 영향을 준 것이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라면 맛을 기억하더라도 2022년에 ‘1980년대 라면’을 먹으면 짜서 못 먹을 것이라 했다. 이처럼 짠맛에 대한 욕구는 조절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10명 중 6명이 나트륨 1일 권장량보다 많이 섭취한다고 한다. 짠맛을 못 느껴 싱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나트륨을 배설하는 콩팥 기능도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많은 나트륨 섭취와 배설 감소로 혈압이 높아지고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많아진다.

고령자가 짜게 먹는 이유는 혀가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서다. 혀의 미뢰는 맛에 대한 정보를 생성하고, 뉴런을 통해 뇌에 전달해 맛을 느끼게 한다. 나이가 들면 미뢰의 수가 줄어 맛에 둔감해진다. 성인의 미뢰 수는 평균 245개지만, 고령자의 미뢰는 88개 정도라 한다. 즉 3배는 짜게 먹어야 맛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도 국이 짠 경우가 있다. 영양사에게 원인을 물어보면, 음식이 싱겁다는 항의가 많아 조절하기 어렵다고 한다. 짠맛은 자극적이며 맛있다. 외식의 경우 짠 음식이 많은 것도 맛이 더 좋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짠맛에 중독되어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어렵다.

점진적으로 나트륨 함량을 조절하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음식의 맛은 향, 식감, 씹는 감촉 등 다양한 감각으로 느껴진다. 음식을 즐기며 제대로 맛보는 과정을 되풀이하면 나트륨이 적어도 행복한 식사가 가능할 것이다. 2022년 상반기 일본에서 짠맛을 강화하는 전기 젓가락이 나왔다니, 상용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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