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폭력 피해자의 상징, 평화의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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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폭력 피해자의 상징, 평화의 소녀상
  • 한북신문
  • 승인 2022.08.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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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문화공간 협동조합 이사장

 

아주 당연하게 진실이라 알고 있던 사안이라 ‘위안부 피해자란 존재하지 않았다’ 등의 주장을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아이는 좀 다른 듯하다. 우리 때만큼 이 문제를 당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각각의 입장을 질문하고 논점을 확인한다. 그리고 극우단체의 주장에 근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의 사실이 무조건 날조된 거짓이며 피해자의 증언 역시 거짓이라 그저 주장만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들은 자기주장이 따로 없으며, 지키고 싶은 진실도 있지 않고 누군가의 그늘에서 홍위병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아이가 스스로 읽는다. 그러면서 내게 왜 이들 극우자들의 언행에 화를 내고 우려하는지 묻는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장,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요시다 켄지 씨 등은 지난 1월 ‘위안부 사기 청산 연대’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한다. 또 주옥순 대표와 이우연 연구위원 등 한국 극우단체 소속 4명이 지난 6월 말,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는 전시 일본군의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고 이들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만일 베를린 미테구청으로부터 연장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오는 9월에 이 소녀상은 철거될 수 있다 한다.

지난 램지어 교수의 망언에 이은 후속사건을 보며 진실을 왜곡하려는 이들의 성실하고도 끈질긴 노력을 다시 본다. 거짓일지라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미래 어느 시점에는, 이들도 한 주장으로 남아 이 문제를 ‘논란의 영역’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에 소녀상을 세운 코리아협의회와 독일 여성단체 쿠라지 여성연합 등의 회원은 이들 극우단체 시위에 맞서 독일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재베를린 일본 여성들 등 일본 교민들까지 단합해 항의집회를 하였고 정의연 등은 전시 폭력에 대한 여성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세계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미테구청에 전달하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긴 침묵을 깨고 어렵게 공개증언을 하고 그 피해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실로 확인된 진실임에도 일본정부는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공개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이런 역사왜곡 주장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현실은 미래세대가 역사를 회의하고 무관심하게 만들까 걱정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불의한 문제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이 문제에 내가 더 천착하는 이유는 내가 여성이고 딸을 가진 엄마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내 딸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암묵적 합의, 둔감한 성인지 감수성, 약자는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왜곡된 권력의식을 환기하기 위함이다.

성의 문제는 조직적인 권력의 문제임을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는 의식을 깨우고 여성의 문제는 나아가 가족의 문제이고 또 고래로부터 자행해온 구조적 폭력이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물든 우리 의식을 각성해 우리의 오늘이 변화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여성들이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계에 갇힌 꿈을 꾸고 사고하고 다음 세대로 반복하는 삶을 살기를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2020년 9월25일 미테구 비르켄가에 설치되었고 미테구의회는 2020년 12월2일 영구 설치 결의안을 2021년 3월 18일 영구 설치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때까지 지금 자리에 설치허가를 계속 연장하라고 미테구청에 청원하는 결의안을 지난 6월21일에는 영구 존치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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