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부를 포격하라
상태바
사령부를 포격하라
  • 한북신문
  • 승인 2022.08.12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1949년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국 대륙에 공산정권을 수립한 모택동은 자신의 정권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야심찬 경제계획을 수립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이를 밀어 붙인다. 이른바 <대약진운동>이다.

‘초영간미’ 이른바 영국을 뛰어 넘고 미국을 따라 잡는다는 원대한 목표를 내세운 이 집단 운용경제 계획은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를 하며 국가가 할당한 생산 목표를 성취해 내야하는 일종의 노동 경쟁 착취였다.

예컨대 각 농촌은 자신들의 힘으로 소형 제련시설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필요한 철을 생산하도록 강요받았고 저수지, 댐을 비롯한 각종 수리시설의 자체 건설, 자급 이상의 곡물, 직물, 공산품의 자체생산을 요구받았다, 모택동이 박멸해야 할 해로운 동물로 지정한 모기, 파리, 쥐, 참새는 농촌단위로 일정량의 포획물을 국가에 납부해야 했다.

대약진운동의 폐해는 엄청났다. 전문 생산기술이 없는 농민이 만든 제품들은 그 품질이 너무 조악하여 아무데도 쓸모가 없었고 고온을 담보하지 못한 소규모 용광로들이 철광석을 용해하지 못하자 독촉에 시달린 농민들이 손쉬운 수단으로 자신들의 농기구를 녹여 철로 만드는 바람에 농경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2억 마리에 달하는 참새가 포획되면서 들판은 각종 해충에 뒤덮여 곡물 생산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대약진운동은 무려 국민 3000만 명이 굶어죽는 대참사를 빚어내면서 모택동은 정권을 유소기와 등소평에게 넘겨 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택동은 다시 어린 학생들과 젊은 노동자를 선동하여 정권의 탈환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반격을 시작한다. 이른바 <문화대혁명>이다 1966년 8월1일 중공 중앙위원회 8차 전체회의가 열리던 중남해 제1식당 담벽에 커다란 대자보가 붙는다.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제목의 이 짧은 대자보는 모택동이 직접 작성한 것이었고 부르조아 편에서서 프롤레타리아를 공격하는 당의 최고직 요원들을 공격하며 그들을 타도하라!“ 는 내용이었다. 이 대자보에 호응하여 전국적으로 남녀 중, 고생들이 주축이 된 홍위병이 봉기하였고 모든 ‘낡은 것’들을 철저히 때려 부수는 엄청난 파괴, 살인, 약탈의 광풍이 10년간 중국을 광기로 몰고 간다.

근래 ‘팬덤’이라 부르는 행동이 정치 현장에 나타나고 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하나의 가치 외에 모든 것을 부정하며 모든 것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정치인들에게 소위 폭탄이라고 불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문자를 보내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위를 전개하며 사회적 네트워크에 욕설과 비난을 퍼부어 댄다.

이제는 국회 앞에 자신들이 지목한 정치인의 이름을 써 붙인 수박들을 깨부수는 퍼포먼스조차 사양하지 않는다. 그들의 그 아우성 속에서 왜 우리는 홍위병들의 잔상을 보게 될까?

그 거대한 하드파워를 가지고도 그들 말대로 작은 소국에 불과하다. 한국에 조차 문화 역량에 밀려 복제와 훔치기를 반복하고 있는가? 바로 문화대혁명에 앞장섰던 홍위병들이 그 찬란했던 4000년 중국의 문화 소프트파워를 멸절해 버린 탓 아니었던가? 이제야 말로 우리는 타산의 돌에서 교훈을 얻을 때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