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微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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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微行)
  • 한북신문
  • 승인 2022.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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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네델란드의 현 국왕 알렉산더는 자주 자전거를 타고 암스테르담 시내에 나타난다. 이는 비단 현 국왕에 머무르지 않고 그의 어머니인 전 국왕 베아트릭스 여왕의 경우는 거의 매일의 일상이었다.어려서부터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던 여왕은 전혀 여왕답지 않은 허름한 복장으로 거의 매일 왕궁을 나와 시내를 자전거로 이동하였다.

자전거를 애용하였던 그녀의 친근하고 서민적인 모습은 심지어 동상으로 제작되어 남아있기 까지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와는 또 다른 서민적 면모를 보인다. 매일 매일 직면하는 격무에 시달리며 2005년 11월22일~2021년 12월7일까지 무려 16년간 독일연방의 국가 행정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근무가 끝나는 거의 매일 그녀는 연방의회 건물에서 걸어서 15분 떨어진 베를린 시내의 울리히 슈퍼마켓의 한 체인점에서 늘 장을 봤다.

“총리는 늘 장보기 가방을 들고 다닌다. 그는 어느 사람과 다를 바가 전혀 없는 단골 고객이며 특별대우는 없고 총리가 해외에 나가면 남편이 대신 장을 보러 온다”고 그 슈퍼마켓의 사장 울리히는 증언한다.

미행(微行)의 사전적 의미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무엇을 몰래 살피기 위하여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남 모르게 다님’이다. 고위 관리들에게도 해당되는 용어이지만 무엇보다 국왕에게 적용하여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숙종과 영조 양조에서는 미행을 많이 하여 지금도 항간에서는 고담으로 전해지고, 고종 갑술년(1874) 초에도 그 이야기를 조야(朝野)가 다 기록한 전설로 삼았었다. 그리고 고종도 자주 미행을 하여 민간의 고통을 살폈는데 아마 조종(祖宗)의 이런 기풍이 태평시대를 바라는 데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매천야록(梅泉野錄)』24. 고종의 미행(微行)>

윤석열 대통령의 일상이 화제가 되었다. 참모들과 김치찌개 점심을 먹고 아내와 함께 구두를 사거나 시내에서 평범한 음식을 구매하고 집무 중에 비서들과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들, 그리고 낡은 패딩차림으로 반려견을 끌고 동네를 산책하는 모습이 목격자들에 의해 촬영되고 유포되고 있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왈가왈부가 있기는 하나 최고 권력자의 그런 친근한 일상이 우선은 너무나 고맙다.

부디 이런 모습들이 조선 국왕들의 미행(微行)처럼 정치적인 행위가 아닌 정말 대통령의 일상이기를 그리고 후임자들에게도 면면히 이어지기를 그런 모습의 대통령 일상이 더 이상 특별한 화제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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