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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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한북신문
  • 승인 2022.06.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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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사건인 사도세자의 죽음은 아직도 그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에 관여한 당사자의 당파와 입장에 따라 기록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선 아버지 영조는 아무리 종사(宗社)를 위하여 부득이하였다 하여도 아버지가 친아들을 잔혹하게 죽였다는 사실이 마냥 떳떳할 수는 없었기에 이 사건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 자체를 엄명으로 금지하였다.

한편 아들 정조(正祖)는 직접지은 사도세자의 행장에서 아버지의 영민함과 호방함, 효행을 강조하며 그에게 씌워진 억울한 세평을 부정하려 애쓰고 있다. 부친 사도세자가 죄인으로 죽은 일은 세손에게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선은 연산군의 경우처럼 아들이 왕위에 올라 아버지의 복수에 나설 경우 몰아닥칠 엄청난 폭풍이 문제이고 두 번째는 죄인의 아들은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격론이 또 문제가 된다.

그러나 자신의 왕위를 이을 유일한 적통인 세손의 이와 같은 정치적 흠결을 해결하기 위하여 영조는 세손을 일찍 죽은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하였다.

그러나 사도세자의 죽음에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노론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하여 세손의 왕위 계승은 물론 대리청정 마저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선다.

홍인한은 “세손은 노론이나 소론을 알 필요가 없고 이조판서나 병조판서를 알 필요도 없으며 조정 일도 알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유명한 독설을 내뱉고 있고 세손의 고모인 화완옹주와 그녀의 양자 정후겸은 세손을 제거하기 위하여 자객을 세자 처소에 보낼 정도로 완강히 세손의 집권을 방해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세손이 왕위에 오른 후에도 그를 향한 공격과 음해는 멈추지 않았다. 홍상범과 그의 어머니 효임 등이 강용휘와 전흥문을 포섭하여 정조를 암살하기 위하여 정조가 글을 읽던 존현각까지 침투시켰다가 발각되었다.

그러나 정조의 왕위 계승 자체를 부정하는 이와 같은 폭거들은 정조의 개혁정치에 발목을 잡는 치졸하고 어리석은 집착일 뿐이었다.

새로 선출된 정부의 출범을 온갖 불법, 탈법, 편법으로 방해하는 의회권력의 독주가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거듭되는 북의 도발, 더 이상 피폐해질 수 없는 민생,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로 인한 세계적인 자원고갈,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는 역병의 횡행을 도외시한 채 그 수가 빤히 보이는 일부 세력의 폭주가 정조 즉위를 둘러 싼 정치 상황과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즉위식에서 정조는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언하였다. 복수의 일념이 드러나는 일갈이다.

지금은 새 대통령이 무엇보다 민생과 안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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