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시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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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시대의 위기
  • 한북신문
  • 승인 2022.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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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용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을 중심으로 인구와 정보, 각종 인프라들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인천·경기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살면서 경제 및 문화, 교육, 의료 등 모든 것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지방분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서울공화국’에 이어 ‘수도권공화국’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지방소멸의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소멸이란 의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없어진다는 것으로 마치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버리는 쓰나미 단어를 연상하게 한다.

고용정보원에서 마스다의 지수를 활용해 지역별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발표하였다. 대한민국은 2021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서 106곳(46.5%)이 소멸 위험지역, 36곳이 소멸 고(高)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수도권 인구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해 제시한 국가와 국토의 균형발전은 이미 그 효력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지금부터라도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인구와 각종 인프라들을 지방으로 분산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수도권인구는 2019년 처음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이래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도 1,000조원을 돌파하여 국내총생산(GDP)의 51.9%를 기록했다. 상위 1% 근로소득자 100명 중 75명이 수도권에 위치한 직장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지역 간 불균형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강력한 수도권 일극체제는 인구집중에 따른 주택 및 교통문제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비수도권과의 문화적 불균형, 지방산업의 붕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하다보니 지방에 대한 관심과 문제해결은 뒷전으로 미뤄지기 십상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수도권대학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이유도 결국 본인의 장래를 위한 일자리 때문일 것이다. 지방과 수도권간의 일자리 불균형은 지방 소멸 위기로 몰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노동집약적인 시대에서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는 인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만약 수도권, 아니라 비수도권, 도시가 아닌 농어촌 어디에 살든지 직업, 의료, 교육, 아기돌봄 등 개인들의 삶의 질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다면 반드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2030세대 젊은이들은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 등에 따라 거주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외부인들이 지역에 유입될 수 있도록 일(work)과 삶(life) 등을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웰라밸(Work-life balance)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독일처럼 주거주지, 부거주지를 허용하는 복수주소제 같은 유연 주소제 도입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인구의 기준을 정주인구 대신 생활인구로 변경하자는 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지역의 활력을 위해 청년층 유입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생각 또한 바뀌어야 한다. 최근에는 신중년, 고령자, 외국인 등 다양한 주체가 지역의 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역의 활력은 단순히 인구 유입, 개발사업 유치 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정 지역 주민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지역주민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는 사회복지관련 공약들은 쏟아져 나왔지만, 대한민국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될 저출산 등의 인구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공약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위험하게 만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각 동네 골목길 마다 현수막을 걸어야 한다. 현수막에는 “결혼하시면 임대주택 한 채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대학까지 보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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