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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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 한북신문
  • 승인 2022.02.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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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 세무회계과 교수
논설위원 남궁 랑.
논설위원 남궁 랑.

작년 11월 일본 나라현 공립대학에서 ‘수축하는 일본의 모습(撤退學)’에 대한 심포지엄이 조금은 기피하는 분위기에서 개최된 바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전 한국사회갈등해소 센터가 발표한 ‘2018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답했다고 한다.

‘갈등’이라는 것은 인간사회 도처에 대소 상존하는 것으로 민주화 투쟁을 이끌어 내기도 한 반면 지금은 이념, 빈부, 세대 등에서 내홍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은 머지않은 미래에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에 덮쳐올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의 팽창하는 사회에서 수축하는 사회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경제는 14세기 르네상스 이후 600여년간 대체로 성장하고 팽창하여 인류가 먹을 파이를 계속 키워왔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시발점으로 2010년대부터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능력 축소, 환경오염 및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막대한 추가부담 발생 그리고 AI등 4차산업혁명에 따른 정체성 혼란 등으로 인해 조만간 세계가 본격적인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서 파이는 이제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2019년에 5165만명을 정점으로 최근에는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감소추세 있다. 고령화 비율 또한 2065년에는 46%에 달해 OECD국가들중 일본을 넘어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과거의 과학기술은 우리 인류를 점진적으로 편리하고 행복하게 기여해왔지만 최근의 4차산업혁명 기술은 너무나도 급속하고 획기적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서 정신적 혼란과 함께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동시에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간 팽창사회에서 커져만 갔던 파이가 수축사회에서는 정체 내지 축소된다면 국가 간 기업 간 및 일반 개인들 간에도 경쟁이 극심해질 것이며 극단적 이기주의와 깊은 사회적 갈등은 필연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팽창사회의 플러스 썸에서는 어느 한 쪽이 이득을 보더라도 상대편에게 남는 것이 있었지만 수축사회의 제로 썸(마이너스 썸)에서는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볼 경우 다른 쪽은 전혀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파이를 최대한 키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감소추세의 인구를 증가모형으로 전환토록 획기적인 인구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경제성장률을 최대한 높이도록 경제프레임을 큰 틀에서 리엔지니어링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반드시 함께 생각해 볼 또 다른 문제는 수축사회의 제로 썸에서 각자도생을 위한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어느 한 쪽은 생존마저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개인 모두가 자기만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빠지면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축사회라는 현실을 모두가 공히 받아들이면서 정신적 사고의 틀을 재구축해야 한다.

개인들은 가진 자가 양보하는 미덕과 함께 투명하게 원칙을 지키는 자세를,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공헌이라는 넓은 마음을, 그리고 국가는 공권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사회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사회적 펀더멘틀을 굳건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환기에서 수축사회를 무시하거나 논의를 기피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아니라 100년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치밀하게 준비를 한다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은 물론 타고르가 말한 ‘동방의 등불’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9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탈모, 당뇨 등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키겠다는 퍼주기식 선심성 공약보다는 다음 지도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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