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다리는 좋고 두다리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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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리는 좋고 두다리는 더 좋다
  • 한북신문
  • 승인 2022.01.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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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

 

며칠 전 케이블TV에서 미스터 존스라는 영화를 보는데 익숙한 자막이 눈에 들어왔다. ‘네다리는 좋고 두다리는 더 좋다.’라는 글귀였다. 1945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양들의 외침이다.

원래 동물농장의 7계명 중 첫 번째 계명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였다. 인간을 적으로 하여 만든 계명이기 때문에 인간들을 흉내 내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만든 첫 번째 계명이다.

미스터 존스라는 영화는 스탈린 시대의 암흑한 소련의 현실을 보도하려는 기자의 정신을 담고 있어 신문에 칼럼을 집필하는 필자에게는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동물농장에서 양들은 아둔하여 첫 번째 계명인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는 단순한 슬로건을 만들고 양들로 하여금 외치게 하였다.

그러나 동물농장의 7계명은 돼지들에 의해 조금씩 변질되면서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라는 슬로건으로 바뀐다.

돼지들이 인간과 교류하면서 인간 흉내를 내게 되고 7계명을 모두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교묘히 고친 후 양들이 이를 떠들게 하여 여론을 호도하도록 하는 스토리가 동물농장의 주요 줄거리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간에 도덕성 논쟁이 한창이다.

여론조사에 모든 후보들이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후보들의 이미지 메이킹에 애를 먹는 듯하다. 이재명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다가 자식의 도박과 성매수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윤석열후보 역시 고발사주 의혹과 부인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논란이 민주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사실과 다를 수도 있지만 모두가 허위폭로라 하기에는 후보들이 직접 사과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씁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른바 조국 전장관 이야기와 대비되면서 비전과 정책보다는 양쪽 모두 네가티브에 더 집중하는 양상이라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여당과 야당 모두 양들이 나서서 ‘네다리는 좋고 두다리는 더 좋다.’를 외쳐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전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과 안보와 관련한 이슈가 그랬고 민주화와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이슈가 그랬다. 이번에는 도덕적 이슈가 메인 이슈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슬로건이나 프로파간다에 길들여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물농장의 마지막 일곱 번째 계명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였다. 하지만 돼지들은 이 계명을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로 고쳐 돼지들과 다른 동물들을 구별지어 놓았다.

선거 때에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더욱 평등한 인간으로 자신들을 바꾸어 놓는 자들을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국민들을 무서워하고 섬김을 배우는 대통령선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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