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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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의 미학
  • 한북신문
  • 승인 2021.12.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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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이심전심(以心傳心)’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글이자 말이다.

이 사자성어는 불교에서 유래되었는데 불교의 이심전심의 대표적인 예로 석가모니가 영산에 있을 때라고 한다. 대범천이 꽃 한 송이를 바치며 설법(說法)을 청하자 석가모니는 아무 말씀도 없이 그 꽃을 집어서 대중들에게 보였다고 한다.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했는데 가섭제자만이 그 뜻을 읽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를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얘기라고 한다.

며칠 전 경기북부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님들과 간담회를 했었다.

지난해 연천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부모님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사실을 알고 의뢰해 온 것이다. 장애인 가족으로서 살아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진행하다보니 공감이 잘 되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편했던 부분들도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장애인을 자녀로 두면서 살아오신 어머님들 네 명이 참여한 가운데 애로사항을 청취하는데 어려움 정도가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7세 아동을 둔 어머니로부터 22세 청년을 둔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머님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는 사회복지학자로서 더 분발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도록 했다.

20대말 잠시 ‘정서학습장애아후원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장애인부모회 입법운동에 대하여 교육하고 홍보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세월이 많이 변화 되면서 장애인 어머님을 비롯한 장애인 가족들이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듣고 나니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심전심’의 마음이 부족했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장애아동과 외출을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첫째, 성인이 된 자녀와 동행하기 위해 차량을 개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둘째, 자녀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시에 영유아처럼 기저귀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화장실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온전히 가족(부모)이 감당해야 하고 장애인 활동도우미를 신청해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사정을 듣고 있는데 마스크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지역사회 곳곳이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도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이 이동하기에 불편한 곳은 우리 지역사회에 너무나 많다.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개설 할 때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내 가족이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이심전심의 마음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풍요롭게 가득차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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