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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북신문
  • 승인 2021.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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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노론의 영수 송시열이 무거운 병에 걸려 몹시 앓게 되자 아들을 불러 허목에게 가서 처방을 받아오라 하였다. 아들은 납득할 수 없는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물었다. “괜찮을까요?”

당시 송시열이 이끄는 노론과 허목이 이끄는 남인 사이에 치열한 당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당연히 그들 둘 사이는 마치 원수대하 듯 버성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처방을 받아오라고 명령하였고 아들은 허목을 찾아가 아버지의 병세를 말하자 그는 흔쾌히 처방을 적어 주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그 처방문을 펼쳐보니 처방된 약재 가운데에 극약인 비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경실색한 아들이 아버지 송시열에게 상황을 알리자 송시열은 태연히 그 처방대로 약을 조제하라 명하였고 그 약을 먹고 병이 말끔히 나았다.

송시열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대척관계에 있지만 허목의 실력과 공평함을 믿었고 허목은 적이지만 송시열의 재능과 경륜을 익히 잘 알기에 오해를 무릅쓰고 정확한 처방을 보낸 것이었다.

우리 당쟁사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선인들의 정치자세의 좋은 예이다.

본래 근대적인 의미의 정치적 진영은 영국의회에서 발생하였다.

1678년 찰스 2세가 후계자 없이 죽자 그의 동생 요크 공작 제임스가 계승자로 떠올랐다. 가톨릭 교도가 국왕이 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놓고 의회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어졌고 제임스의 즉위를 인정하지 않는 측이, 인정 하는 측을 가리켜 〈토리(Tory-떼도둑)라고 부르고 즉위를 인정하는 자들은 즉위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을 가리켜 〈휘그(Whig-역적)이라고 불러 이후 그들 정당의 명칭이 되었다. 후에 토리는 보수당, 휘그는 자유당으로 발전한다.

좌·우익이라는 명칭은 프랑스혁명(1789∼1799) 당시 제1기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왕당파가, 왼쪽에 비특권계급인 제3신분을 대표하는 공화파가 주로 앉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주제와 이슈가 논쟁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분명 결이 다르고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 한결같이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 민생의 제고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이미 정해진 주견을 따라 맹렬한 다툼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제는 사안의 본질보다 자신들 정파의 유, 불리만을 따져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흑백이 섞이고 전후가 바뀌는 상황을 진영논리를 따라 태연히 우기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이성과 진정성, 상대와 국민에 대한 존중 그리고 선공후사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어도 송시열과 허목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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